[단독] 美대사가 “누군가 계엄성명서 읽어줬다”고 한 인물은 강인선 외교2차관

입력 2025-01-20 18:59 수정 2025-01-21 00:39
뉴시스

강인선(사진) 외교부 2차관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필립 골드버그 당시 주한 미국대사에게 연락해 계엄 관련 설명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계엄 당일 밤 외교부 인사가 연락해 온 사실을 밝혔지만, 대상자가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비상계엄 해제 이후인 지난달 4일 오전에야 장·차관 선에서 미국과 처음 소통했다는 그간 외교부 입장과도 다른 대목이다.

2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외교부는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실의 관련 질의에 강 차관이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골드버그 전 대사와 통화했다고 답했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지난 9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지난달 3일 외교부의 누군가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 관련 성명서(statement)를 읽어줬다”고 밝힌 바 있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당시 강 차관의 전화를 받고 계엄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며, 추가 설명을 듣기 위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그간 ‘오도(mislead)’하고 싶지 않아 계엄 해제 뒤에야 미국 측과 소통했다고 설명해 왔다. 그는 지난달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과 계엄 관련 소통 시점 등을 묻는 질의에 “상황 종료 이후 (4일) 오전에 차관이 했다”고 답변했다. 다만 외교부 실무 차원에서의 소통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 출신인 강 차관이 윤 대통령의 계엄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미국 측에 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강 차관이 골드버그 전 대사에게 전화해 읽어줬다는 성명서는 윤 대통령의 계엄 담화문 내지 포고령 내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대통령실 출신의 유창호 외교부 부대변인도 외신에 계엄을 옹호하는 메시지를 전달해 야권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외교부는 강 차관의 연락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계엄 당시 상황을 미국 측에 전달하기 위한 일반적인 연락이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강 차관이 통화에서) 계엄 포고령 등 성명서를 읽지 않았다”며 “계엄 선포 직후 상황을 공유하기 위한 간략한 소통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실무 차원에서는 계엄 직후부터 미국과 소통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강 차관이 골드버그 전 대사에게 최소 2차례 전화한 것으로 확인된 이상 어느 시점에, 어떤 경로로, 어떤 내용을 골드버그 전 대사에게 통보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