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에게 건넨 ‘비상입법기구 쪽지(메모)’는 김 전 장관이 작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장관 측 대리인 유승수 변호사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메모 작성자는 김 전 장관”이라면서도 “국회 대체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변호인 접견에서 이같이 설명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 측은 “비상입법기구는 헌법 76조 1항 긴급재정입법권 수행을 위해 기획재정부 내 준비조직 구성과 예산확보를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예산 삭감으로 국정 기능이 마비됐고, 이를 회복하기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긴급명령’ 행사를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 측은 “국회 대체 입법기관 창설이라는 건 내란적 상상력”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76조 1항은 대통령이 천재지변이나 중대 재정·위기로 긴급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최소한으로 재정·경제상 처분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검찰은 비상입법기구 창설 시도를 국회 무력화 등 국헌 문란 목적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황으로 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비상입법기구에 관한 판사의 질문에 “김 전 장관이 썼는지 내가 썼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답변했다.
헌법재판소는 21일과 2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3, 4차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김 전 장관은 23일 증인으로 출석한다. 헌재는 서부지법 폭력 사태와 관련해 심판정 보안과 경비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 관련 자료를 헌재에 제출할 예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의혹 반박 자료를 비롯해 윤 대통령이 체포되면서 공개한 영상 메시지와 옥중편지 등이 포함된다. 국회 측은 김 전 장관 등 비상계엄 관련 주요 인물들의 공소장을 포함한 증거 자료를 이미 헌재에 제출했다.
헌재는 23일 오전 10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지난해 8월 국회가 이 위원장 탄핵소추를 의결한 지 다섯 달 만이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