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인상’ 국립대-사립대 온도차

입력 2025-01-21 02:03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국가거점국립대학교 총장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등록금 동결을 결정한 국가거점국립대 총장들에게 “청년들의 고등교육 기회 확대와 대학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귀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교육부가 대학가에서 불고 있는 ‘릴레이 등록금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로부터 운영비를 받는 국립대들은 등록금 인상을 자제하고 있지만, 사립대들은 올해를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일부 대학은 법정 상한선까지 등록금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가거점국립대학교(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등록금 인상 등 고등교육 재정 방향 등을 논의했다. 9개 거점국립대 가운데 충북대 강원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북대 제주대 전남대 등 7개교 총장 및 총장 직무대리가 참여했다. 거점국립대들은 정부 요청으로 2025학년도 등록금을 동결키로 했다.

이 부총리는 “대학생 등록금 부담 경감을 위해 재정적 어려움 속에도 등록금을 동결하는 모범적 결단을 해주셔서 깊이 감사드린다”며 “고등교육 기회 확대와 공공성 강화를 위한 귀한 결정이며 그 덕분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대학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2023년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만들고 지난 3년간 고등교육 예산을 약 3조5000억원 증액했다. 지난달에는 고등교육 재정 확보의 기본 틀과 전략인 고등교육 재정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또 국고 지원사업을 통해 대학에 투입하는 예산이 대학 사정에 따라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도록 자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 부총리는 “올해 일몰되는 특별회계의 기한 연장을 적극 추진하고 국립대가 지역혁신과 학문의 거점으로서 역할을 하는 데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사립대 분위기는 다르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에 따르면 서울 지역 사립대 중 최소 19곳에서 올해 등록금을 인상했거나 인상을 추진 중이다. 이화여대는 지난 18일 등록금심의위에서 전년 대비 3.1% 인상키로 했다. 국민대는 4.97%, 서강대 4.85%, 성공회대 5.1%, 성신여대 5.3% 인상하기로 했다. 주요 사립대 중에는 올해 법정 인상률 상한인 5.49% 수준으로 올리는 것을 검토하는 곳도 있다.

한 지역 사립대 관계자는 “비상계엄과 탄핵 여파로 정부의 말발이 먹히지 않는 측면도 있지만, 등록금 인상이 장기적으로 (등록금 인상의 페널티로) 국가장학금Ⅱ 유형에서 보는 손해보다 낫고, 이런 기회는 다시 없을 거란 심리가 작동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