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밸류업 ETF는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내용 중 하나로 지난해 11월 4일 12개가 동시 상장됐다. 밸류업 공시를 한 기업들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당근책’이었으나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일 코스콤에 따르면 밸류업 ETF 12개 60일 평균 거래대금은 약 39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시 대표 지수로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삼성자산운용 ‘KODEX(코덱스) 200’이 같은 기간 거래대금 2274억원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용 TIGER(타이거)를 제외한 나머지 운용사의 밸류업 ETF는 거래량이 부진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 HANARO(하나로) 밸류업 ETF의 경우 올해 단 한 주도 거래되지 않은 날도 있었다.
밸류업 ETF는 거래소가 엄선한 기업들로 구성돼 있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에 미치지 못했다. 이날 기준 코스피는 올해 들어 5.02% 상승했지만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HANARO(5.78%)와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코액트, 5.08%) 두 상품뿐이었다.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와 차별점이 없다는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요소로 지목된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밸류업 지수는 105개 기업으로 구성돼 있는데 업종과 종목 등의 범위가 넓어 시장과 차별점을 두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풍부해 거래가 쉬운 코스피200 ETF에 자산의 일정 부분을 투자하고 추가 수익은 테마형 ETF로 내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밸류업 ETF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차별성이 없다 보니 운용사도 상품 홍보에 소극적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당파성을 뛰어넘은 정책으로 기대감을 모았지만 탄핵 정국 속에 구체적인 세제 인센티브등이 논의조차 되지 못한 것이 실망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 저평가에는 공감대가 큰 상황”이라며 “증시 반등 과정에서 밸류업 기업들이 다른 기업보다 좀 더 부각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기대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