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객 고금리 신음하는데 억대연봉 은행권 파업 운운하나

입력 2025-01-21 01:10

KB국민은행 노조가 20일 사측과 임금·단체협약(임단협)에 극적 합의했다. 노조는 지난주 조합원 투표 찬성률 96%로 파업을 결의한 바 있다. 앞서 IBK 기업은행이 창사 이래 처음 지난달 말 총파업에 들어간 데 이어 업계 1위 국민은행도 동참할 경우 은행권 도미노 파업이 우려됐었다. 고객이 고금리에 신음할 때 고액 연봉자들이 파업을 운운하는 것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높았는데 국민은행 노사가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노사도 속히 타협, 파업 사태를 마무리하기 바란다.

국민은행 노조는 당초 성과급 300%+1000만원, 경조금 인상, 의료비 지원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지난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피해 보상 등으로 여력이 없다며 난색을 보였다. 노조는 이에 파업을 결의하고 그 절차를 밟기로 했지만 이날 노사가 다시 만나 ‘성과급 250%+200만원’ 선에서 합의를 이뤘다. 설을 앞두고 국내 최대은행의 파업으로 고객이 큰 불편을 겪을 뻔했는데 노사가 한 발짝씩 양보해서 다행이다.

다만 은행 노조가 서민들의 고통에 아랑곳없이 툭하면 파업을 들먹이는 행태는 반성할 필요가 있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약 17조원으로 2022년 고금리 당시 15조6503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혁신·시장 개척보다는 예대금리차에 편승하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영업으로 수익 대부분을 얻었다. 시중은행들의 직원 평균 급여는 억대 수준이다. 그러고선 돈잔치를 위해 파업을 무기로 삼는 건 염치 없는 짓이었다.

서민들은 경기 침체에다 은행의 높은 이자를 감당하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 게다가 계엄 사태로 많은 이들이 정서적으로 우울한 상태다. 억대 연봉은행원들이 국민정서와 시기를 봐가면서 권리를 내세우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