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조서 요약하고, 우편물 필기체 인식하고…

입력 2025-01-21 01:04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의 기술이 공공 영역에 파고들고 있다. 스타트업이 보유한 AI 신기술과 아이디어가 공공기관의 AI 전환을 돕는 모습이다.

“피해자는 1월 23일 오후 10시경 서울 OO거리에서 피의자를 만나…”

위 문장은 스타트업 스켈터랩스의 피해자 조서 AI 요약 기술로 생성된 텍스트다. 스켈터랩스는 이 기술을 경찰청의 ‘AI 음성인식 활용 조서 작성 시스템’에 적용했다고 20일 밝혔다. AI 언어모델로 피해자 진술을 분석한 뒤 범행 일시, 장소, 행위 등이 요약된 보고서 형식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식이다. 스켈터랩스 관계자는 “피해자 조서의 핵심 요소를 포함하고, 맥락에서 벗어나거나 정보가 누락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언어모델이 단독으로 조서를 완성하지는 않고, 수사관의 검토 및 수정을 거치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AI 조서 작성 시스템은 전국 시도 경찰청과 1급지(대도시)·2급지(중소도시) 경찰서, 해바라기센터(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 등 239곳에서 운영 중이다.

문서 AI 솔루션 업체 로민은 우정사업본부와 함께 AI 광학문자인식(OCR) 기반 필기체 인식 시스템을 동작우체국, 남부천우체국 등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예컨대 우편물에 적힌 주소는 직원이 일일이 옮겨 입력해야 하는데, 이 기술을 이용하면 주소 부분을 촬영하는 즉시 자동으로 시스템에 입력된다. 로민 관계자는 “필기체 인식 기술은 다양한 필체를 인식해 문서 처리 시 오류를 줄이고, 반복적인 업무 부담을 완화한다”고 말했다. 로민은 특허청의 심판 청구서 방식심사(서류의 형식적 하자 여부를 점검하는 심사)에도 AI OCR 기술을 적용했다.

푸드테크 업체 누비랩은 전국 20여개 지방자치단체 관할 어린이집, 유치원 400여곳에 AI 식습관 관리 솔루션 ‘냠냠키즈’를 도입했다. 아이들이 ‘푸드 스캐너(판독기)’로 식사 전후 식판을 촬영하면 음식 사진을 분석해 관련 데이터를 학부모, 교사에게 제공하는 기술이다. 학부모는 식판 사진과 함께 음식별 섭취 현황 등을 카카오 알림톡으로 받아볼 수 있다. 최근 누비랩이 보건복지부와 경북 안동 소재 어린이집 12곳을 대상으로 한 시범 사업에서는 솔루션 도입 결과 전체 영양 섭취율 5.6%, 채소류 섭취율은 11.9% 증가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AI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공공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전환을 원하는 공공기관에게 회사가 보유한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