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정국 불안 여파가 올해 경제 성장률 0.2%p 낮출 것”

입력 2025-01-21 01:15
국민일보DB

한국은행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1.7%로 하향 조정했다. 종전 전망치인 1.9%를 크게 밑도는 수치로 주요 기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중 가장 낮다. 한은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불거진 정치 불확실성 여파가 성장률을 0.2% 포인트가량 낮출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20일 ‘2025년 1월 금통위 결정 시 한국은행의 경기 평가’라는 제목으로 올린 블로그 게시글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이 1.6~1.7%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에서 밝힌 전망치 1.9%보다 0.2~0.3% 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한은은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으로 올해 성장률이 소비 등 내수를 중심으로 약 0.2% 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이는 1분기까지는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하다가 2분기부터 점차 해소되면서 하반기 들어 경제심리가 회복될 것을 전제로 한 수치다. 정치 불확실성이 추가로 확대되거나 장기화할 경우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일종의 ‘이월 효과’다. 한은은 지난 4분기 성장률의 경우 이창용 한은 총재가 앞서 밝힌 대로 11월 전망치인 0.5%에서 크게 낮아진 0.2%나 그 이하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지난 11월 전망치 2.2%를 밑도는 2.0~2.1%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에 따르면 개인 신용 및 체크카드 사용액은 지난달 말부터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했다. 고가 비중이 높은 수입자동차 판매도 지난달 더 위축됐다. 건설투자 역시 12월 중 아파트 분양실적 기준 2만1000호로 당초 계획(2만5000호)을 크게 밑돌았다.

한은은 올해 정부 예산안이 감액 처리된 점이 성장률을 0.06% 포인트 낮출 것으로 분석했지만, 이 부분은 정부의 예산 조기 집행 등 경기 부양책이 상쇄할 것으로 평가했다.

매년 2·5·8·11월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한은이 구체적 숫자까지 거론하며 중간 점검 결과를 공유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은은 “예기치 못한 정치적 리스크 확대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진단해 2월 공식 전망치가 나오기 전 그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국내외 경제주체의 의사결정과 통화정책 소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다음 달 25일 내놓을 공식 수정 경제전망이 이번보다 더 높아질지 낮아질지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시기와 정부의 추가 경기 부양책,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전개 등에 달려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여·야·정 합의를 통해 추경 등 경제정책이 빠른 속도로 추진될 경우 경기 하방 압력을 상당 부분 완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추경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