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탁구계의 전설인 유승민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대한체육회 회장에 당선됐다. 그의 당선은 체육계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e스포츠계의 기대가 크다.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닌 게임이다.” 2018년 국정감사 당시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장의 답변이다. “e스포츠는 게임인가, 스포츠인가.” e스포츠의 정체성을 묻는 이 질의에 나온 대답이었다. 이러한 인식은 체육계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e스포츠가 대한민국 체육계의 중심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당시 이 질의서를 필자가 작성했기에 더욱 감회가 깊다.
유승민 위원의 당선은 세 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42세의 젊은 수장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언어로 말하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한다. 인공지능(AI)이 화두가 된 시대에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이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유 당선인은 이미 2019년 한국e스포츠협회 명예대사를 맡아 e스포츠 선수들과 직접 소통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선수 권익 보호와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구축을 주장했다.
국제 스포츠계의 흐름도 고무적이다. IOC는 e스포츠를 미래 스포츠의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다. 아시안게임은 2023년 항저우 대회에서 e스포츠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했다. 전 IOC 선수위원 출신의 유 당선인은 이러한 국제 스포츠계의 변화를 이끌어갈 적임자가 될 것이다.
유 당선인의 공약도 구체적이다. ‘전국체육대회 e스포츠 종목 채택’은 상징적 의미를 넘어 각 시도의 체계적인 선수 육성과 저변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국체전 무대에 e스포츠가 오르면 제도권 스포츠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한체육회 정회원단체 진입 추진’이라는 공약도 의미가 크다. 정회원 단체가 되면 체육기금 지원과 체계적인 선수 육성, 운영이 가능해지고 체육계 내 발언권도 강화된다. e스포츠계의 오랜 숙원이 해결되는 것이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기존 체육계의 반발과 우려를 설득해야 한다.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고정관념도 여전히 남아있다. e스포츠의 특수성을 기존 체육행정 시스템에 녹여내는 것도 과제다. 더불어 그가 출석하게 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업무보고나 현안질의, 국정감사에서는 e스포츠의 정체성, 선수 보호, 학습권 보장 등 예민한 문제들이 제기될 것이다.
e스포츠 선수들의 건강과 복지도 중요한 과제다. 체계적인 의료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고, 심리 상담을 제도화해야 한다. 은퇴 후 진로 지원도 더욱 체계화가 필요하다.
“시대가 달라졌다”는 유 당선인의 말은 단순한 세대교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변화된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비전과 실행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회원 단체로의 승격은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과제는 명확하다. e스포츠의 위상을 정립하고, 선수 육성 체계를 구축하며, 공정한 대회 운영 시스템도 필요하다. 2025년은 한국 e스포츠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체육인들과 손잡고 하나하나 해결하겠다.” 유 당선인의 약속이다. e스포츠는 이미 하나의 문화이자 산업이 되었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스포츠로 인정받아야 할 때다. 유 당선인의 임기가 한국 e스포츠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이도경 강유정 민주당 의원실 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