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암·고혈압·당뇨 등 국내 만성질환자의 진료비가 지난 한 해에만 90조원에 달했다. 건강에 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진료에 대한 필요성이 확산하면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수백조원에 이르는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베타서비스를 출시하고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헬스케어는 지난 2022년 설립 이후 첫해 매출 18억원을 기록한 뒤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120억원을 달성했다. 이제 막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기 시작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설립 2년 만에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돌파하면서 시장 개척자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했다는 평이다.
카카오헬스케어의 급성장 배경에는 지난해 2월 출시한 앱 ‘파스타’의 큰 성공이 있다. 파스타는 실시간 혈당관리 앱으로 출시 3개월 만에 iOS 건강 피트니스 카테고리 1위, 안드로이드 헬스케어 카테고리 6위에 올랐다. 앱을 통해 혈당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30만원대의 연속혈당측정기를 구매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앱의 편리성과 효용이 입소문을 탔다. 이에 출시 10개월만인 지난달 15만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파스타는 국내에 600만명에 달하는 당뇨 환자뿐 아니라 1500만명이 넘는 전당뇨 환자까지 잠재 사용자로 확보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전당뇨는 혈당 수치가 정상치를 넘지만 당뇨병 진단기준보다는 낮은 상태로 공복혈당장애, 당뇨 고위험군 등으로 불린다.
카카오헬스케어는 국내에서 성공한 사업 전략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도 나설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내 일본에 현지 사업 거점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지 법인 설립과 일본 기업과의 조인트벤처(JV) 설립 중 한 가지 방안을 선택해 현지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네이버는 ‘네이버 헬스케어 연구소’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확장 중이다. 사내 진료기관인 네이버케어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의료 현장에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연구소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스마트 서베이다. 환자가 병원 방문 전 스마트폰으로 증상을 작성하면 담당의에게 즉시 전송된다. 의료진은 환자가 작성한 내용과 AI의 추천 상병을 파악해 진료에 활용한다.
최근에는 네이버 건강 탭에 네이버케어 베타 서비스를 론칭했다. 아픈 부위나 증상을 입력하면 예상 가능한 병명과 가까운 진료 병원을 찾아준다. 향후 플랫폼에 등록된 병원 예약 서비스와 연동하는 것도 검토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AI 기술이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분야라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면서 “거대 플랫폼들이 관련 시장을 공략하면서 국내 헬스케어 산업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