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신작 ‘미키 17’… “불쌍한 노동자의 발냄새 나는 SF”

입력 2025-01-21 02:45
봉준호(오른쪽) 감독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2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패틴슨은 “봉 감독과 같은 수준의 감독은 전 세계에서 4~5명뿐이다”고 극찬했다. 연합뉴스

친구 티모(스티븐 연)와 함께 마카롱 가게를 여느라 사채를 빌려 쓴 청년 자영업자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빚 독촉에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다. 지구에선 살 방도가 없다고 판단한 두 사람은 우주선을 타고 니플하임 행성으로 향한다.

인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은 지구에선 금지됐지만 이곳에선 가능하다. 실험체인 ‘익스펜더블’을 자원한 미키는 실험 도중 죽으면 끊임없이 재출력된다. 아직 죽지 않은 17번째 미키 앞에 잘못 출력된 미키 18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본격 전개된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포스터)이 다음 달 28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한다. 2022년 발간된 에드워드 애시튼의 SF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 이번 영화에는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등 스타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할리우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20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푸티지 시사회(영화 주요 장면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봉 감독은 “‘미키 17’은 흔히 말하는 SF영화지만 현장에선 ‘발냄새 나는 SF’라고도 불렀을 만큼 인간 냄새 물씬 나는 영화다. 새로운 느낌의 SF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더 배트맨’(2022) 등에 출연해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진 로버트 패틴슨이 주인공 미키 역을 맡았다. 이번 영화에서 패틴슨은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무기력하고 어수룩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봉 감독은 “이 영화는 평범하고 힘없고, 어찌 보면 불쌍한 청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미키는 죽을 가능성이 높은 임무를 부여받고 위험한 현장에 투입돼 반복적으로 죽는 극한직업을 가졌다”며 “계급 문제라고 하면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극한의 처지에 있는 노동자 미키가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는 성장 영화라고 볼 수도 있다. 인간을 프린터에서 서류 뽑듯 출력한다는 점에서 비인간적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패틴슨은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쉽고 빠르게 읽혔다. 그러면서도 미키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복잡한 이야기였고, 동시에 유머가 녹아있었다. 이런 SF영화는 용감하고, 흔치 않다고 생각했다”며 “미키는 우리가 영화 속에서나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수동적이고 자신감 없는 인물이다. 17번을 죽어야 ‘좀 다르게 살아봐야 되나’ 생각하는, 멍청한 면도 있는 캐릭터”라고 분석했다.

봉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선 “배우들은 계속 한계에 도전하게 하고, 새로운 걸 제시하고 이끌어주는 감독들과 일하고 싶어한다. 그런 면에서 봉 감독의 영화가 눈에 띄는 것”이라며 “봉 감독은 체계적이고 자신감 있고 중요한 부분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 작업에 익숙해지니 자유를 느꼈다. 최고의 현장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패틴슨은 ‘미키 17’을 홍보하면서 이번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많은 감독을 보면서 한국 영화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한국 작품에 더 많이 참여하고 싶다”면서 “한국에서 살 아파트 찾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