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법 집행 흔들고 선동
지지자들은 법원 습격까지…
尹행태, 그가 척결해야 한다던
세력들과 다를 게 뭐가 있나
지지자들은 법원 습격까지…
尹행태, 그가 척결해야 한다던
세력들과 다를 게 뭐가 있나
“위법 수사.” “관할권 위반.”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반복해 낸 주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윤 대통령 측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목하는 집단이 주로 쓰는 전략이다.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은 2023년 서울중앙지법에 기소됐지만 “재판 관할은 창원”이라는 주장을 반복 제기했다.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고, 재판부를 허위공문서 작성 행사 혐의로 고발하거나 심리가 무효라고도 했다. ‘공안기관의 위법 수사’ 주장도 간첩단 사건의 단골 메뉴다.
수사기관을 공격하며 지지층을 결집하는 행태도 이미 국민은 ‘조국 사태’ 때 경험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기대 난국을 돌파하려 했다. 조 전 대표 측은 동양대 PC 압수가 위법했다고 끊임없이 주장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대북송금 혐의 공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징역형을 선고받자 조작 수사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자 민주당은 ‘사법살인’ ‘사법 정의가 죽었다’고 여론전을 폈다.
윤 대통령은 군·경 지휘부에 정치인 체포 지시를 내렸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전달한 체포 명단에 이 대표, 조 전 대표 등이 있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한남동 관저 앞 시위대에 보낸 편지에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 대한민국이 위험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에 낸 답변서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반민주 반민족 패거리”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범죄자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극과 극은 통한다지만 수사기관과 법 집행을 흔들고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윤 대통령의 행태는 그가 척결해야 한다고 외치는 세력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시위대를 향해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체포 직전 “이 나라의 모든 법이 무너졌다”며 지지층을 자극했다. 윤 대통령은 서부지법 폭력 사태가 발생하자 뒤늦게 “평화적으로 의사 표현을 해 달라”면서도 “경찰이 관용적으로 사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태에 자신의 책임은 전혀 없다는 듯한 태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 때 윤 대통령과 달리 “모든 결과를 안고 가겠다”며 침묵했다. 지지층 결집이 불러올 해악을 알았기 때문 아니었을까.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공수처 수사권 문제는 어느 정도 법정에서 진지하게 논의될 여지가 없지 않았다. 공수처법이 부실 설계됐다는 일각의 의견도 경청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수사에 응하고 정돈된 언어로 주장하기보다 ‘법원 영장 무효’를 외치며 사법 절차 자체를 부정했다. 윤 대통령과 변호인단이 쏟아낸 자극적 언어에 휩쓸린 지지자들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을 습격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제 누가 ‘반국가 세력’인가.
나성원 사회부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