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도 정국 혼란 틈탄 가짜뉴스 기승… 이대 CCC ‘발칵’

입력 2025-01-21 03:01

이화여대 한국대학생선교회(CCC)는 최근 가짜뉴스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 3일 이대 CCC 명의로 ‘국민을 지킨 대통령, 이젠 우리가 지키겠습니다’라는 허위 연합 성명문이 발표된 것이다. 성명문에는 “내란의 여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을 서두르고 있다”는 주장이 담겼다.

이대 CCC 측은 즉각 “이화 CCC 간사와 임원진을 포함한 구성원은 해당 성명서에 일체의 동의나 서명을 한 적 없다”고 해명(사진)했다. 하지만 가짜뉴스는 해명보다 더 빠르게 확산했다. SNS를 중심으로 허위 성명이 퍼지면서 일부 언론에서 이를 인용한 가짜뉴스가 생산됐다.

극단 성향 유튜버와 결합한 가짜뉴스와 선동은 사상 초유의 폭력 사태로도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새벽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지지자들은 서울서부지법에 침입해 난동을 부리면서 기물과 유리창 등을 깨며 폭력 사태를 주도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아스팔트 집회를 주도하는 세력을 중심으로 열린 ‘전국 주일 연합예배’에는 “이미 국민 저항권이 발동된 상태이고 국민 저항권은 헌법 위에 있다”는 주장이 오갔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 발언을 단체 행동을 통해 윤 대통령의 구금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정보로 여기고 잇단 대형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한 교단은 이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고 “소위 목회자라는 이가 가짜뉴스에 근거해 사람들을 선동하고, 사법부의 법 집행을 방해하는 등 한국 기독교를 부끄럽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론이 갈리고 혼란한 정국을 틈타 가짜뉴스가 범람하면서 한국교회가 이를 너무 손쉽게 믿으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교회 성도들은 언론보다 목회자나 주변 성도들이 전하는 소식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보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말에 기독교인 응답자의 41.1%가 ‘목회자 및 교인이 제공하는 뉴스’를 가장 신뢰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26.7%) ‘주변 지인이 제공하는 뉴스’(24.7%) 등의 순이었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목회자 및 교인 제공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박성철 하나세정치신학연구소장은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적지 않은 교인들이 확증 편향에 빠져 가짜뉴스 소비와 확산에 가담하고 있다”며 “교회 소모임과 모바일 단체 대화방이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교역자들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건 신앙인으로서 양심의 문제”라며 “교인들이 거짓 정보에 속아 정치적 양극화에 빠지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성삼 한국기독교언론포럼 사무총장은 “교계 내 가짜뉴스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선 개별 교회를 넘어 한국교회총연합이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이 팩트체크를 하는 등 공교회 차원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규 이현성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