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급성장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주요 경쟁 상대였던 영화관을 집어삼키고 있다. 젊은 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OTT 이용률이 중장년층에서도 크게 늘며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영화 관람객 수가 급감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개봉한 김윤석·이승기 주연의 영화 ‘대가족’은 관객 수 32만명을 기록한 뒤 조기 상영 종료하고 주문형 비디오(VOD) 시장으로 넘어갔다. 송강호 주연의 ‘1승’(32만명), 류승룡 주연의 ‘아마존 활명수’(60만명) 등 전통적으로 흥행 보증수표였던 배우를 기용한 작품들도 줄줄이 흥행에 참패했다.
영화관의 몰락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감한 뒤 가까스로 반등하던 영화관 관객 수는 지난해 4년 만에 하향 반전해 1억2313만명을 기록했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예년 평시 수요의 60% 수준조차 회복하지 못했다. 반면 OTT 시장은 무섭게 파이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기준 넷플릭스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299만여명에 달했다. MAU 700만명대의 쿠팡플레이·티빙과 그 뒤를 쫓는 웨이브·디즈니플러스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영상 콘텐츠 시장 대부분을 OTT가 휩쓸고 있는 셈이다.
OTT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원인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주말 오후 기준 영화관의 1인당 티켓값은 1만5000원에 달한다. 그러나 넷플릭스 기준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쓰면 5500원에 수백 편의 영화를 한 달 내내 볼 수 있다. 가장 비싼 1만7000원짜리 요금제도 영화 티켓값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에 ‘극장 세대’인 40·50대 이상 중장년층도 점차 영화관보다 OTT로 쏠리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간한 ‘2024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0대의 OTT 이용률은 90.7%를 기록해 20·30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50대·60대 이용률도 각각 85.9%, 66.7%로 상승했고, 70대조차 4명 중 1명 이상(27.1%)이 OTT 구독자였다. 2022년과 비교하면 50대 이상 이용률이 10%포인트 넘게 늘었다.
OTT 업계는 영화관으로부터 빼앗아온 시장을 더 공고히 지키기 위해 킬러콘텐츠 개발 등에 나서고 있다. ‘모래시계’ ‘내 이름은 김삼순’ 등 중장년층을 타겟팅한 과거 인기 드라마를 재방영하거나 해외축구·국내프로야구를 독점 중계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티빙·웨이브의 합병까지 완료되면 ‘공룡 플랫폼’의 탄생으로 OTT 전성시대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OTT 시장이 확대되면서 영화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OTT에서 개봉하는 콘텐츠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원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편한 장소에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OTT로의 쏠림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