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설이 다가옵니다. 어린 시절 명절 전날이면 조간신문을 손꼽아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신문에 실린 ‘명절 TV 편성표’ 때문입니다. 아침이 되면 아버지보다 먼저 신문을 받아 TV 편성표를 챙겼고 명화극장 제목부터 하나하나 살펴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방송될 프로그램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설레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미리 앞날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우리 인생도 마치 그 편성표처럼 미리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연약한 인간은 앞길을 미리 볼 수 없습니다. 앞날을 알 수 없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은 커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인생에서 가파른 고난의 산과 마주할 때 그 두려움은 배가됩니다.
오늘 시편 23편 4절 말씀에는 양들에게 놓인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가 등장합니다. 골짜기는 산과 산의 가운데에 놓인, 움푹 파인 지형을 뜻합니다. 이스라엘 광야는 풀이 산발적으로 자라기 때문에 목자는 필연적으로 양을 새로운 초지로 이동시켜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양들은 골짜기를 지나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 골짜기를 지나야 양들이 푸른 풀밭에 이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골짜기는 우리의 도착지가 아닙니다. 골짜기는 푸른 풀밭을 향해 지나야 할 과정입니다. 우리가 도달해야 할 종점은 사랑하는 목자와 영원히 함께할 푸른 초장입니다. 목자는 자신의 생명을 걸고 양들을 푸른 풀밭으로 인도하고 계십니다.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께서는 골짜기에서도 우리와 함께하신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면 골짜기는 위험한 곳이 아닙니다. 푸른 초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의 터전이 됩니다.
때로 우리는 인생을 단편적으로 바라봅니다. 음침한 골짜기의 슬픔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 뒤에 펼쳐질 푸른 초장의 아름다움은 전혀 보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단순한 단면이 아닙니다. 인생은 입체입니다. 골짜기에서 영적 눈을 들어 올리면 내 옆에서 나를 지키시는 하나님이 보이고, 믿음의 눈으로 도달할 푸른 초장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얼마 전 한 중소기업 대표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사업에서 종종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만난다면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너무 힘들어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것 같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새벽기도에 나가 주님만 의지합니다. 그러면 며칠 뒤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가장 힘든 그 순간이 바로 정상 턱밑이었다는 점입니다.”
고난 뒤에는 성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센 폭풍 뒤에는 잔잔한 바다가 준비돼 있습니다. 힘들고 어두운 골짜기에서 내 인생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다시 바라봅시다. 그때 우리는 그 너머를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희망을 선포합니다.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시 23:6)
인생의 앞길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마주하고 계십니까. 다시 주님을 바라보십시오. 그 너머를 바라보십시오. 예수님께서 반드시 건지시는 지팡이로 우리를 인도하시고 푸른 초장으로 우리 삶을 이끄실 겁니다. 올해는 더욱 주님을 신뢰하며 힘차게 나아가는 삶을 살아가시길 소망합니다.
신경민 목사(청주 금천교회)
◇충북 청주 금천교회는 참된 행복을 꿈꾸는 교회입니다. 복음을 전하며 가정과 다음세대를 살리고 이웃을 섬기는 일이 금천교회의 참된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