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트럼프 부부의 밈 코인

입력 2025-01-21 00:40

비트코인 가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의 취임이 다가오자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의 당선이 확정된 지난해 11월 4일 이후 2개월 보름 사이에만 50% 이상 올랐다. 미국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고 비트코인 등을 국가 준비자산으로 편입하겠다는 대선 공약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리플과 솔라나 등 다른 가상자산들도 폭등세를 이어갔다. 이런 시장의 활황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본 이들은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 부부다. 트럼프 부부가 대통령 취임 직전 각각 출시한 가상자산이 1~2일 만에 10조~20조원대의 자금을 빨아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단 가상자산 ‘오피셜 트럼프’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출시 가격 7.3달러(코인마켓캡기준)에 거래가 시작됐으나 그날 오후 24달러로 폭등했다. 다음날 75달러까지 치솟은 트럼프 코인의 시가총액은 이틀 만에 150억 달러(약 21조7755억원)에 달했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이름을 딴 코인도 출시되자마자 인기를 끌었다. 멜라니아 코인은 하루 만에 출시 가격(7.3달러)의 두 배 가까운 13.1달러로 껑충 뛰면서 시가총액이 85억달러(12조3394억원)를 기록했다. 이들 코인은 도지 코인처럼 아무런 기능이 없고, 이른바 밈(meme) 코인으로 분류되는 투기종목이다. 하지만 나란히 거래 상위 5위 안에 들 정도로 단숨에 가상자산 시장의 스타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신고한 자산은 39억 달러(5조6620억원)다. 그는 코인 출시로 재산의 4배 가까운 평가이익을 거뒀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이해충돌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가상자산 정책의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트럼프 부부의 코인 장사는 미국 우선주의의 민낯을 보여준다.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의 이익을 내세우고, 국가의 이익보다 자신과 가족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사람이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올라 전 세계를 호령하는 시대를 우리는 4년 더 견뎌야 한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