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도 선교에 참여할 수 있을까.
장애가 오히려 ‘선교 달란트’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신학생 이야기가 화제다. 중증 시각장애가 있는 남기원(20)씨는 낙도선교회(대표 박원희 목사)를 통해 지난 12일부터 엿새 동안 전남 완도와 진도 일대 교회로 선교 활동을 다녀왔다. 남씨와 함께 낙도선교에 참여한 100여명 신학생과 교회사역팀은 10개 섬에 있는 11개 교회로 흩어져 마을잔치와 전도, 이미용 선교 등을 진행하며 주민에게 복음을 전했다. 다양한 사역 중 남씨는 각 가정을 차례대로 방문해 복음을 전하고 기도하는 ‘영적 팀장’ 역할을 맡았다.
남씨가 방문했던 여러 가정 중 한 곳에서 글을 읽지 못하는 고령의 할머니도 만났다. 할머니는 남씨에게 “나는 글을 몰라서 성경도 못 읽고 찬송가도 따라 부르지 못한다. 교회 나가봐야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할머니의 반복된 거절에도 남씨는 교회 출석 권유를 포기하지 않았다. 남씨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할머니께 저도 앞을 못 봐서 글자를 못 본다. 그런데 글을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해도 하나님을 영접할 수 있다고 전하며 전도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각장애인이지만 하나님을 전도하는 일에 장애는 걸림돌이 될 수 없단 걸 이번에 깨달았다”며 “오히려 이번 선교를 통해 하나님이 나의 약점을 선교의 도구로 사용하신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남씨가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이었던 건 아니다. 중학생 때까지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남씨는 고등학교에 올라간 뒤 ‘레버씨 시신경 위축증(LHON)’이라는 희소병으로 시력을 잃고 말았다. LHON은 보통 18~35세 남성에게 주로 발생하는 유전 질환이다.
남씨는 “시력이 점차 감퇴하면서 앞이 보이지 않자 절망 속에서 지냈었다”며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기도하며 목회자의 소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고난 중에도 나를 단련시키고 연단시키시며 성장하게 하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다”며 “선교는 내가 아닌 하나님이 주인 돼 진행되는 일이고 하나님이 하시기에 내 장애는 선교 활동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고난을 견뎌낸 남씨이지만 오히려 ‘선교 활동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주위의 염려가 새로운 장애물로 남았다. 남씨는 “시각장애로 선교 활동을 스스로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주변의 걱정과 우려가 있었다”며 “장애가 있는 이들도 선교에 직접 참여할 수 있고 충분한 소통을 통해 선교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와 시스템을 제공하는 게 장애인에 대한 환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섬 주민을 전도하는 일 외에도 외벽의 묵은 페인트 제거와 도색 작업 등에도 동참했다.
남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연합할 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선교를 할 수 있다”며 “선교에 장애라는 제한을 두지 않고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선교의 참여자로서 인정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