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동 칼럼] 트럼프의 거래 시즌2

입력 2025-01-21 00:50

거래·압박 귀재 트럼프2 개막
미치광이 전략 세계 질서 재편

보편관세 글로벌 경제 흔들어
미 우선주의 트럼프 전쟁 시작

압박에 맞서는 한국의 생존법
우린 어떤 딜을 준비해야 하나

거래와 압박은 도널드 트럼프의 전매특허다. 거래 방법은 그의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 잘 나와 있다. 트럼프 회고록으로 저널리스트 토니 슈워츠와 공저한 이 책은 1987년 출간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32주간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38년 전 나온 이 책이 트럼프의 컴백과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인 데니스 로드맨이 2017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에게 건넨 책으로도 유명하다. 로드맨은 “그 당시 김정은은 트럼프에 대해 잘 알지 못한 것 같다. 그 책을 읽으며 트럼프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고, 블룸버그 통신은 “지금까지 나온 증거들을 보면 트럼프의 스파링 상대인 김정은은 ‘거래의 기술’을 마스터했다”고 평가했다. 11개의 원칙 중 ‘판이 깨질 것을 감수하면서도 이기는 협상을 위해 도박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압박 방법은 2018년 출간된 그의 저서 ‘어떻게 결정하는가?(원제:Trump never give up)’를 보면 알 수 있다. ‘압박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따라 게임의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를 제압하려면 예상하지 못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 키포인트다. 언론은 항상 좋은 기삿거리에 굶주려 있고 소재가 좋을수록 대서특필하게 된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며 ‘언론을 이용하라’고도 주문한다.

20일 트럼프 시즌2가 시작됐다. ‘트럼프 포비아’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거래와 압박이 시즌1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국을 더 강하게 만들겠다며 트럼프가 들고나온 무기는 ‘보편관세’다.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중국에는 60% 이상의 고율 관세 부과를 공언한 것이다. 심지어 오랜 우방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서도 무역협정 재조정까지 언급하면서 25%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는 강수를 뒀다. 미국 이익을 위해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음을 선포한 셈이다.

트럼프의 거래 수법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말 폭탄을 던져 상대방에게 겁을 주고 뒤로는 협상해 실리를 챙기고 나면, 없던 일처럼 정상으로 돌아가는 소위 ‘미치광이 전략’이 깔려 있다. 로잔 맥매너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정치학 조교수는 “트럼프는 사람들이 자신을 약간 미쳤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미치광이 이론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궁극적으로 거래자로서의 그의 능력을 보여주든, 그저 혼란을 일으키든, 그것은 트럼프가 미국에 대한 무역 이점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관계를 뒤집고 싶어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고 진단했다.

이 전략은 54년 전 미국 37대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도 써먹은 적이 있다. 닉슨은 1971년 달러 보호 및 무역수지 개선을 앞세워 보편관세 10%란 초강수를 뒀다. 경쟁국의 통화 가치 절상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였다. 실제로 이 조치로 일본 엔화는 달러화 대비 16.9%, 독일 마르크화는 13.5% 평가 절상됐다. 그해 12월 체결된 스미소니언 협정이다. “수입 관세는 다른 나라에 반격하고 양보를 이끌어내는 방법이라 날 기쁘게 하네.” 닉슨의 이 말은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는 트럼프와 맥이 닿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대통령 선거 기간 트럼프는 한국을 “Money Machine(현금인출기)”으로 표현했다. 미국 의회 산하 싱크탱크인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관세, 주한미군 감축,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의 측면에서 한국에 강한 압박이 예상된다면서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한국이 일방적으로 휘둘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루킹스연구소 앤드루 여 한국석좌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에 더욱 강경한 정책을 펼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한국이 지렛대를 갖고 있다면서 한국에는 ‘약간의 여유’가 있다고 진단했다. 협상 파트너를 혼란에 빠뜨리고 한발 물러서게 만들어 자신의 진짜 목표를 위해 더 나은 거래를 하려는 트럼프. 크게 생각해 판도를 짜고 다양한 지렛대(leverage)를 만들어 판을 주도하고 압박하려는 트럼프. 이에 맞서는 우리의 거래 기술은 무엇인가. 약간의 여유밖에 없는 상황을 지렛대 삼을 딜러가 과연 우리에겐 있는 것인가.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