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기준금리 동결이 시사하는 점

입력 2025-01-21 00:35

지난 16일 개최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현행 3.0%로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수출·성장의 위축 전망과 지난달 국내 정정 불안으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점을 감안해 추가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힘을 얻고 있었다. 이를 고려하면 시장의 예상과 다소 다른 동결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기준금리 동결을 지지했기에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더욱 의외의 결정으로 받아들였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같은 통화 정책을 결정할 때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물가 안정이다. 한은은 다른 중앙은행과 비슷하게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2%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제1 목표로 두고 있다. 물론 물가가 중요하지만 이외의 목표 역시 중시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성장이다. 국내 경제성장이 상당히 위축됐다면 경기 부양 차원의 금리 인하와 같은 정책 지원이 한은 차원에서 단행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장과 물가 안정 외에도 한국과 같은 신흥국의 중앙은행은 금융 안정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금융 안정은 대내적과 대외적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한국 케이스에 대입한다면 대내적 금융 안정은 금리 인하로 인해 부동산 가격 급등 위험과 가계 부채 급증을 의미한다. 실제 지난해 8월 한은은 미국 경기 둔화 우려와 국내 소비 경기 침체 등을 감안,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상당히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7~8월에 강하게 나타난 수도권 부동산 가격 앙등과 큰 폭으로 증가세를 높여가는 가계 부채를 제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동결했었다. 이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고 가계 부채 급증세 제어가 확인된 지난해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대외적 금융 안정은 미국과 한국의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대규모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와 그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볼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으로 1400원 수준까지 상승했고, 이후 비상계엄 사태 등 국내 정정 불안으로 1450원을 넘기며 대외 금융 안정 측면에서의 불안 요인을 키웠다.

이번 금통위에서 이창용 총재는 대외 금융 안정 측면, 특히 환율 불안이 성장 부진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동결하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관세 이슈 등으로 인한 미국 일방 성장과 그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각국이 자국 통화를 절하하는 환율 전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원화 약세, 즉 원·달러 환율 상승도 부담이지만 국내 이슈로 인해 한국 원화만 두드러지게 부진한 흐름을 보여주는 점은 한은의 과감한 금리 인하 단행에 더욱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한국 10년물 대비 1.9~2.0% 포인트 높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해주는 달러 보유에 강한 매력을 느끼게 되고 급격한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대외 금융 불안을 더욱 자극하며 자본 유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한은은 신중한 행보를 나타낸 것이다. 다만 문제는 이후의 결정이다. 202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의 2.1%보다 약화된 1.7~1.9% 수준으로 전망된다. 국내 잠재성장률인 2.0%를 밑도는 만큼 조속한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앞서 언급된 것처럼 금융 안정과 상충된다면 적시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 국내 경기 회복을 위해 물가뿐 아니라 불안한 기조를 이어가는 외환시장 안정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