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U] “선교적 시선으로 이웃 바라보고 하나님 역사하심 살펴야”

입력 2025-01-21 03:05
김규섭 아신대 교수, 이정규 시광교회 목사, 정성국 아신대 교수(왼쪽부터)가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에서 선교적 해석학을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미국성서학회를 중심으로 정립되고 있는 ‘선교적 해석학’ 연구에 한국인 신학자들이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선교적 해석학은 성경 읽기 방법론 중 하나로 성경 속 예수의 행적을 선교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걸 말한다.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미국성서학회(SBL) 연례 학술대회에서 한국인 교수가 강연하는 특별 세션이 마련됐다. 당시 정성국 김규섭 아신대 교수는 ‘한국인의 시각으로 본 선교적 해석학’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에 앞서 2023년 열린 SBL에서도 김 교수가 백인이 아닌 학자 중 처음으로 국제 성서학 연구상인 ‘폴 악트마이어상’을 수상했다. 선교적 해석학 분야에서 한국 신학자의 연구성과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한국교회가 선교적 해석학을 사역에 적용하는 좋은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송태근 목사)에서 정 교수와 김 교수를 비롯해 이정규 시광교회 목사를 함께 만나 선교적 해석학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선교적 해석학이란 무엇인가.

△정성국 교수=선교적 관점의 성경읽기다. 성경을 읽으며 성경에 담긴 선교적 메시지가 뭔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성경이 하나의 큰 이야기라고 볼 때 하나님이 성경 속 누군가를 부르는 장면은 하나님이 성경 속 인물을 통해 무언가를 하시려는 의도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는 이 부분에 집중하며 질문한다. “하나님은 성경 속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하고 계셨는가. 이 시대에 우리를 향해서 하시려는 일은 무엇인가”처럼 말이다.

△김규섭 교수=공동체적 성경읽기다. 선교적 삶은 하나님의 행하심에 동참하는 것이며 그 마음가짐으로 성경을 읽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성경이 각 사람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역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개인보다 공동체의 능력이 요구된다.

△이정규 목사=성경은 하나님의 선교 역사에 관한 책이다. 이런 측면에서 선교적 해석학은 인간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하신 일을 성경 전체에서 발견하는 방법이다.

-한국교회가 직면한 선교적 과제는.

△이 목사=이웃을 선교적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선교적’이라는 것은 타인을 포용하고 허용하는 태도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세대·정치·성별 갈등은 서로를 선교적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아 발생한다. 해외로 나가는 것만이 선교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선교의 시작이다.

△정 교수=한국교회는 ‘하나님이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가’에 대한 관찰이 부족하다. 성경 속 하나님은 현재 우리 공동체에서도 무언가를 하고 계신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하나님이 현재 어떻게 역사하고 계시는지 잘 살피지 않는다. 선교적 해석학은 “하나님은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 어떤 소명과 사명을 갖고 계시는지”라는 질문에 꽂혀있다. 하나님이 무엇을 하셨는지 살피면 그분의 성품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고 계시는지 알아야 그분이 ‘경계를 넘으신 분’이라는 걸 알게 되고 우리도 경계를 넘어 주변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선교적 해석학이 한국교회에 주는 메시지는.

△김 교수=한국교회가 집중해야 할 메시지는 주변부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강조해온 선교적 메시지는 ‘고지론’이었다. 기독교인이 고지에 올라가 높은 사람이 되면 세상이 나아지고 하나님이 영광 받으실 것이라는 논리다. 일부 맞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명은 주변부에 있는 약자와 갇힌 자, 학대받는 자와 연합하는 것이다.

-한국교회에 선교적 해석학을 적용하려면.

△이 목사=하나님이 현재 우리에게 무슨 일을 하고 계시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교회 차원에서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다. 선교적 해석학을 이해하는 목사가 이를 설교에 적용하거나 이런 메시지를 사역에 녹일 수도 있다.

△정 교수=성경을 공동체적으로 읽어야 한다. 우리가 개인에게 적용하던 성경 해석을 의도적으로라도 공동체 단위로 넓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그 부름과 사명에 용기를 갖고 답할 수 있다. 우리가 “하나님은 지금 이 시대에 어떻게 일하고 계실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우리도 그를 따를 것인가”라는 반문이 따라온다. 오늘날 발생하는 환경·인구·전쟁 등 거대담론의 문제는 한 사람이 해결할 수 없다. 공동체 전체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합하는 것이 필수다. 용기가 필요한 일에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사명으로 받아들인다면 공동체의 연합으로 그 문제들에 도전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방식은 선교적 해석학의 관점에서 사역하는 교회 모델이 늘어나는 것이다. 우리 사역이 선교적 해석학에 바탕을 둔다는 자각이 없더라도 이런 관점에서 사역하는 좋은 모델이 있다면 한국교회가 그들의 사역을 본보기 삼아 따라갈 수 있다.

정리=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