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집결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교·통상 공백이 커진 가운데 재계 차원에서 ‘취임식 외교’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먼저 회동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했다. 정 회장은 “사업가로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겠다”며 “미국과의 다양한 창구가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간 가교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날 공항에서 취임식 때 주요 인사를 만날 계획인지 묻자 “트럼프 주니어가 많이 소개해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정 회장은 취임식 전후 트럼프 당선인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해외 정상급 인사 등 미국의 주요 정재계 인사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 만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트럼프 주니어 초대로 취임식에 참석한 이후 일정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으로 국내 정치 상황이 어지러운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응할 수 있는 공적 채널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정 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전해 달라는 한국 정부의 메시지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와 경영진은 비공개 리셉션에 참석했다. 김 창업자는 17일 트럼프 주니어 주최로 워싱턴DC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비공개 리셉션에 함께했다. 그는 쿠팡이 한국·대만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로켓배송’ 물류 인프라와 일자리 등에 상당한 규모로 투자해 온 점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장재훈 부회장과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식 전 만찬에만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원)를 기부해 주목받았다.
한국경제인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의 가장 강력한 우방국인 미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 불확실한 점이 아무래도 우려스럽다”며 “재계 인사의 네트워킹이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는 없을지라도 대미 관계의 앞날에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