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예대금리차 확대로 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가산금리 조정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은행권이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에게 대출이자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예대금리차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야당은 은행법 개정 과정에서 은행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19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리는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더불어민주당·은행권 간담회’에서 가산금리 산정 체계를 손보는 내용이 담긴 은행법 개정안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된다. 가산금리 산정 체계 손질과 함께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한 은행권의 사회적 역할 확대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간담회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6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장이 참석한다.
민주당은 은행들에 ‘세부 논의내용’을 미리 전달했다. 간담회에서 은행권이 먼저 지난달 23일 발표한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설명하면 민주당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은행의 추가적 역할을 당부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특히 가산금리 산정 체계를 바꾸는 은행법 개정을 위한 은행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소상공인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가산금리가 차주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은행채 금리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 시장·조달금리를 반영한 기준금리에 각 은행이 임의로 덧붙이는 금리다. 업무 원가부터 법정 비용, 위험 프리미엄 등이 반영된다.
그동안 민주당은 은행이 가산금리에 각종 보험료와 출연료 등을 포함해 대출자에게 비용을 떠넘긴다고 지적했다. 보증부 대출을 위한 각종 법정출연금을 보증과 관련 없는 물적담보·신용기반 대출 차주의 대출금리에도 가산하는 문제 등을 제기했다. 이에 지난달 30일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에는 가산금리 산정 항목에서 예금보험료와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을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이 명시됐다.
다만 가산금리 세부 항목에 대한 공시 의무가 포함된 기존 은행법 개정안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가산금리 세부 항목 공개가 ‘영업 기밀’이라며 반발하는 은행권의 협조를 구하기 위함이다. 은행들도 기존 개정안보다는 규제 수위가 낮아진 만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은 개정안이 그대로 실행될 경우 출연료 등 연 3조원 이상의 비용이 가산금리에서 빠질 것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가산금리 압박에 이어 은행권을 향해 초과 이익의 최대 40%까지 환수하는 ‘횡재세’ 논의가 다시 불붙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개적으로 ‘호실적’과 ‘사회적 역할’ 등이 강조될 것으로 예고되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회에서 가산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달라고 요청한 상황에서 소극적으로 나서면 횡재세 도입 추진 등 더 큰 압박이 따라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