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위·자동차 급증 인도 공략, 현대차그룹도 팔 걷었다

입력 2025-01-20 01:11
이상엽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인도 델리에서 열린 ‘바랏 모빌리티 글로벌 엑스포 2025’에서 3륜·마이크로 4륜 전기차 콘셉트를 소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 제공

인도 시장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1위 인구를 바탕으로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확산하면서다. 인도는 아직 전기차 비중이 작아 시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한데 해묵은 국경 분쟁으로 중국 업체의 침투가 쉽지 않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런 인도를 핵심 시장으로 보고 전동화 모빌리티 라인업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인도 델리에서 열린 ‘바랏 모빌리티 글로벌 엑스포 2025’에서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한 ‘마이크로 모빌리티’ 전략을 공개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전기 오토바이나 초소형 전기차 등 친환경 동력을 이용한 소형 이동수단을 말한다.

이날 현대차는 3륜과 초소형 4륜 전기차 콘셉트를 선보였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인도 시장을 면밀히 분석했다고 한다. 교통량이 많고 도로가 복잡한 사정을 고려해 앞 유리를 각지게 만들어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했다. 운송 등을 많이 한다는 점에 착안해 3륜 전기차 뒤에 견인 고리를 달았다. 또 잦은 폭우에 대처하기 쉽게 차체 높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생산한 첫 전기차 ‘크레타 EV’도 내놨다. 2015년 출시한 내연기관차 크레타에서 엔진을 빼고 모터를 탑재한 차다.

이틀 전인 16일(현지시간)엔 기아가 인도 맞춤형으로 개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로스’ 생산에 돌입했다. 사전계약은 이미 1만대를 넘었다. 기아는 다음 달 1일 인도에서 시로스의 가격을 공개하고 판매를 시작한다.

자동차업체들에 인도는 ‘기회의 땅’이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이미 세계 3위 자동차시장이지만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크다. 인도는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시장의 성장성이 높다. 특히 자동차 구매 여력이 있는 중산층이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에 대한 정부 의지도 강하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량의 3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실화하면 한 해 전기차 판매량이 100만대를 넘어선다.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도 인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두 나라의 갈등으로 인해 세계 곳곳을 침투 중인 중국기업의 공세가 쉽지 않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국경을 약 3800㎞ 맞대고 있는 인도와 중국은 기나긴 국경 분쟁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기업의 인도 시장 진입은 사실상 막혀있다.

이런 인도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0만5433대를 판매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일본 기업 스즈키와 인도 정부의 합작사인 마루타 스즈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이 기세를 몰아 인도 전기차 시장 선점을 목표로 삼았다. 2030년까지 5개 전기차 모델을 인도 시장에 투입한다. 인도에서 생산 능력을 늘리는 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23년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 있는 푸네공장을 올해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적용해 2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목표로 현재 설비 개선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엔 인도 증권시장에 데뷔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3대 시장 가운데 미국에선 이미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인정받기 시작했고, 중국은 시장 진입이 거의 막혀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전력을 다해야 할 시장 하나를 꼽으라면 그건 전기차 시장이 꿈틀대고 있는 인도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