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고 귀하게 자란 큰아들이 성인이 되자마자 마약에 빠졌다는 것은 엄마에게 큰 충격이었다.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나는 비타민 같은 것’이라는 주변의 꾐에 넘어간 아들은 ‘3일이 30분으로 느껴질 정도’로 그 중독성이 강력했다고 말했다.
아들은 해외에 나가 공부하고 운동을 하며 중독을 끊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판매책은 그가 가는 곳마다 따라와 끈질기게 마약을 권했다. 결국 아들을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는 중독된 청년들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마약 치유 운동에 나섰다. 이선민(55) 기독교마약중독연구소 이사장의 이야기다.
지난 16일 부산 해운대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 이사장은 “처음 아들의 소식을 알았을 때는 부모로서 죄책감이 너무 컸고 아이를 열심히 키우려고 노력한 내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며 “그러나 엄마가 더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에 마약과 그 회복에 대해 공부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그는 아들이 교도소에서 예수님을 영접했다는 말을 듣고 밤새 유명 목회자의 설교도 들었다. 신앙이 아들의 회복에 도움이 될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그러다가 복음을 깨닫고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현재 마약에 중독된 환우가 280만명인데 1년도 안 돼서 80만명이 늘어난 수치에요. 또 그중 10~20대가 45%를 차지합니다. 마약 중독자 사례를 보니 정부에서 운영하는 시설보다 기독교 가치관으로 돕는 시설에서 회복을 도왔을 때 성공률이 7배 더 높더라고요. 마약 중독자들은 허름한 여인숙에서 살아도 마약만 있으면 행복하다고 해요. 예수님 안에서 거듭나 마약보다 더 큰 평안과 행복을 깨달아야 끊을 수가 있는 거예요.”
그가 연구소 이름에 ‘기독교’를 넣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단체가 종교색을 띠면 정부 지원을 받기도 어려워지지만 마약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예수님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지난해 공식 출범한 연구소는 중보기도를 비롯해 중독자들의 재활을 돕고 있으며 재활센터 방문, 청년들을 위한 마약 예방 교육 등의 활동도 펼치고 있다. 앞으로는 성범죄 등에 특히 취약한 여성 중독자를 위한 재활센터를 세우고 사회 복귀를 꿈꾸는 회복자들을 지원하는 게 목표다.
이 이사장은 청년들이 호기심에 혹은 ‘중독되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생각으로 마약을 접하는 것은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주변에서 유혹이 올 때 거절하는 방법도 배워야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마약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에요. 마약을 하다가 죽거나 피폐하게 사는 사람을 너무 많이 봤어요. 마약 판매책은 조직적이고 또 악질적으로 접근합니다. 따라서 청년들이 마약의 해악을 더 알아야 하고 예기치 못하게 권유를 받을 때 단호히 ‘아니’라고 말할 방법을 알아야 해요. ‘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마약 예방 교육을 꼭 듣는 것을 권합니다.”
뿐만 아니라 성적에 대한 압박으로 집중력을 높이려고 먹는 약, 외모에 집착해 먹는 다이어트약, 스트레스로 인해 찾게 되는 수면유도제 등이 모두 중독으로 가는 첫걸음이라며 하나님을 통해 내면의 공허함을 채울 것을 조언했다. 또 ‘스마트폰 중독’ ‘탄수화물 중독’처럼 쉽게 생각하는 중독의 위험성도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마약 예방 캠페인을 벌이는 등 기특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기독교 청년들이 또래 친구들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서로 격려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랍니다. 또 한국교회가 길 잃은 어린양 같은 약물 환우 청소년들을 포기하지 않고 여호와께 돌려보내는 일에 함께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선민 이사장이 추천한 다음 인터뷰이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비행 청소년 교화 돕는 ‘호통 판사’
‘만사소년’ 세워 보호소년과 동행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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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기독교마약중독연구소 이사장이 추천한 다음 인터뷰이는 ‘호통 판사’로 유명한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다. 이 이사장은 천 판사에 대해 “다음세대 마약 퇴치라는 어려운 길을 걸어가는 데 있어 큰 힘이 돼주는 멘토와 같은 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천 판사님은 기독교 가치관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교화시킨 소년법원 판사셨고 지금도 비행 청소년의 사회 복귀를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하고 계신다”면서 “사회에서 냉담하게 바라보는 비행 청소년도 우리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그분 말씀에 공감하며 깊이 존경하는 마음으로 동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 판사는 가정이 해체됐거나 부모의 보호력이 미약한 청소년들을 부모 대신 보호하고 양육하는 대안 가정 ‘청소년회복센터(사법형 그룹홈)’와 학교를 벗어난 청소년들에게 다시 배움의 기회를 주는 ‘국제금융고등학교 법원 분교’ 제도 등을 도입했다. 2015년에는 비행 청소년들의 재사회화와 청소년회복센터 운영지원을 위해 ‘만사소년’을 설립하고 보호소년과 함께하는 문화체험 행사 개최, ‘만사소년축구단’ 창단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부산=글·사진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