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집권 1기에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이라고 불리는 외교·안보 전문 관료들이 포진했다. 트럼프의 과격하고 충동적인 결정을 제어하고 동맹국과 국제 사회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던 집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H R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트럼프 1기 당시 어른의 축 3인방으로 트럼프의 충동적 결정을 완충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동맹을 존중해온 이들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와 사사건건 충돌했고 결국 물러났다.
트럼프 2기에서 어른들의 축이 사라진 자리에는 충성파들이 채워졌다. 육군 소령이 군 경력의 전부지만 폭스뉴스 진행자로서 트럼프의 눈도장을 받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가 대표적인 충성파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그는 트럼프 1기에서도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며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밀착을 일방적으로 옹호했다. 트럼프 2기 경제 정책에서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가 보편 관세를 추종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의 경우 상원의원 출신으로 외교·안보 경험이 많다. 인사청문회에서도 민주·공화당 모두의 지지를 받았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도 군 경험을 갖춘 하원의원으로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트럼프의 집권 2기 기조에 따라 중국 견제를 최우선시하고 있다. 루비오 지명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중국에 대해 “가장 강력하고 위험하며 미국이 지금까지 직면한 적 가운데 거의 대등한 적국”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는 외교·안보 라인 참모에 최측근 충성파들을 앉혔다. 대북 업무를 맡는 특별임무 담당 특사에 리처드 그레넬,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에 북·미 협상 경험자인 알렉스 웡을 임명했다. 이들 인선을 놓고 트럼프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남북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경우 ‘한국 패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짐 리시 상원외교위원장,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 브라이언 매스트 하원 외교위원장도 향후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큰 인사로 거론된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