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이어 한국은행 총재까지 추가경정예산(추경) 필요성을 강조하자 경제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수 부양 수단이 마땅치 않지만 추경으로 나랏빚을 늘리는 것 역시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9일 “일각에서는 신속집행에 더해 추경으로 경제효과를 키우자고 하지만 내수 외에 다른 변수도 고려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일단 올해 초 발표한 역대 최대 규모의 신속집행 카드로 최대한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겠다는 입장이다.
추경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악화 일로인 내수 등 경제지표와 무관치 않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보다 12.3 포인트, 전산업 기업심리지수는 4.5 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지수도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1% 하락하며 21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소비·내수 지표와 연결되는 고용지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5만2000명 감소해 4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15조~20조원의 구체적인 규모까지 언급하며 추경에 힘을 실었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소비 심리가 악화한 상황에서 어차피 (추경을) 할 것이라면 빨리하는 게 좋다”며 “무차별적 지원보다는 자영업자 등을 타깃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선 국가부채 증가, 재정건전성 악화로 선뜻 추경에 동의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추경 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이 경우 국가채무 비율이 증가해 대외신인도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신인도가 하락하면 국채 금리가 올라 기업이나 금융기관은 자금을 빌릴 때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해 민간에도 부담이 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경을 한다면 대규모로 편성해 내수를 더 확실하게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 전반의 효과를 생각하면 추경은 분야보다는 규모에 달렸다”며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