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기점으로 국내 경제·산업 구도에도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식 연설에서 그간 제시한 공약의 구체적 이행 방향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AP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충격과 공포를 불러일으킬 100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경제의 첫 번째 파고는 트럼프 2기 관세 부과 시점과 강도다. 대표적 ‘트럼프 싱크탱크’로 꼽히는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더 강한 관세 정책을 제언한 바 있다. AFPI는 브룩 롤린스 미 농무장관 지명자와 린다 맥마흔 교육장관 지명자를 배출한 ‘실세’ 조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4일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에 대해 관세를 징수할 ‘대외수입청’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대외수입청은 트럼프 당선인이 언급한 ‘보편관세’(최대 20%) 적용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다시 백악관으로 들어간 뒤에는 보편관세보다 선별관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60% 이상 관세)을 필두로 캐나다 멕시코 등이 선별관세의 우선적용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로 인해 자동차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시점은 다소 늦춰질 수 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일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표적이 이제는 그린란드 매입 문제를 놓고 덴마크까지 번진 상태”라며 “한국도 방위비 분담금 이슈가 있긴 하지만 트럼프의 관세 전선이 넓은 만큼 직접적 타격까진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행정부 합류에 따른 변화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낙점된 머스크의 임기는 미 중간선거 직전인 내년 7월 4일까지다. 최대 2조 달러 규모의 미 정부 지출 감축과 각종 빅테크·인공지능(AI) 규제 철폐 등의 조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머스크 합류가 기업과 행정부의 밀착 속도를 높이면 한국 기업도 이에 맞춰 대응할 필요가 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머스크와 페이팔을 공동창업한 피터 틸 등 실리콘밸리 인사들의 움직임도 유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반도체·조선업을 중심에 둔 한·미 공조체제 구축도 관건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동맹국 중심의 AI 반도체 협력에 이어 미 해군함 건조에서도 동맹국 협력을 언급하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 해군은 지난해 295척 수준인 군함을 2054년까지 390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미 조선 협력 수준에 따라서는 한국이 미 군함 건조까지 맡게 될 수 있다. 다만 해외 조선소에서 선박 건조를 금지하는 ‘자국 건조 원칙’(존스 액트)이 바뀌기 전까지는 예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여론이 중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도 트럼프 당선인의 첫 일성에 맞춘 즉각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취임 연설을 기점으로 트럼프 2기의 4년 윤곽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여러 불확실성을 감안해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가동할 방침”이라고 했다.
세종=양민철 이의재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