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새벽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됐다. 윤 대통령 구속 직후 서울서부지법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정문과 유리창을 깨부수며 법원에 난입했고 내부의 집기와 시설물까지 파손했다. 법치주의에 대한 명백한 도전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엄정한 법 집행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통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데에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한 등의 혐의가 워낙 중대하다는 점 외에 윤 대통령 측이 사법체계를 일관되게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도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됐다. 비상계엄을 전후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텔레그램을 탈퇴하면서 증거인멸 우려가 제기된 데다 3차례 조사를 위한 출석 요구에 불응했고 체포영장 집행에도 저항했다. 체포 후 조사에서도 본인이 하고 싶은 발언만 한 채 추가 출석 요구는 거부했다. 변호인단은 구속에 대해 “법치가 죽고 법 양심이 사라졌다”며 볼멘소리를 했지만 윤 대통령은 구속 후 첫 조사에도 불응했다. 사법기관의 조사에 불응하고 영장 집행에 불복한 것은 사법 절차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데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구속을 피하지 못했고 지지자들의 법원 난입에도 일조한 셈이 됐다. 국민의힘 의원 수십명이 체포영장 집행에 반대하며 관저 근처에서 시위를 벌인 일이나 김민전 의원이 국회에서 이른바 ‘백골단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 역시 지지자들의 난동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행태다. 여당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법원의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고, 대통령실도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치가 사법부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지지자들로 하여금 사법 체계를 부정하도록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윤 대통령이 이후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달라”는 옥중 입장을 낸 것은 다행이다. 윤 대통령과 여권은 지지자들에게 폭력은 결코 허용될 수 없으며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주지시켜 다시는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극단적 지지자들에 기대어 주장을 펼치는 것이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고 여당에만 국한된 얘기도 아니지만 그러한 행태의 결과로 빚어진 이번 서부지법 난동은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법치에 대한 도전은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안정성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일이다. 사법기관은 법원 난동범들과 판사 협박범에 대해서는 법이 허용하는 가장 강력한 조치로 일체의 선처 없이 엄정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