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구원의 갈대 상자

입력 2025-01-21 03:08

갈대는 습한 곳을 좋아해서 얇은 하천이나 호수 등에 군락을 이루며 사는 다년생 초본(草本)입니다. 다 자란 갈대는 한 묶음으로 베어 다발로 엮어 초가집 지붕을 덮거나 창문의 빛 가리개, 울타리 등에 사용합니다. 갈대는 나무처럼 크게 자라지는 않습니다. 또 재질이 단단해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지는 않으나 갈대 나름대로 그 역할과 쓰임새가 있습니다.

구약성경 출애굽기 2장은 레위 지파의 한 가정에 아들이 태어나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당시 큰 민족을 이룬 이스라엘은 이집트 왕조에 심한 고통을 받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출산에도 자유가 없었습니다. 한 예로 만일 딸이 태어나면 살려 두고 아들은 태어나면 나일강에 던져 버리라는 파라오의 명령이 있었습니다.(출 1:22) 이렇듯 이스라엘 백성은 심한 폭정으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랫동안 학정(虐政)에 시달리는 이들의 신음을 듣고 계셨습니다. 정한 때에 고통받는 백성을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 가정에서 아들이 태어납니다. 잘생긴 아들을 본 어머니는 3개월 동안 숨겨 키웠으나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아기의 어머니는 할 수 없이 결단을 내립니다. 갈대로 만든 상자를 가져다가 역청과 나뭇진을 발라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방수 처리를 합니다. 방수한 상자에 아기를 담아 나일 강가 갈대 사이에 두었습니다. 비록 나일 강가에 자라는 흔하고 허드레한 갈대로 만든 상자이지만 아기에게는 구원의 작은 방주(方舟)가 됐습니다.

이때 당대 최고 통치자인 이집트 파라오 왕의 공주가 나일 강가에 나왔다가 이 상자를 발견합니다. 그녀는 시녀를 시켜 갈대 상자를 건져오라고 명령합니다. 그리고 뚜껑을 열자 그 안에 있는 잘생긴 아기를 보고 반하게 됩니다. 공주는 그 아기를 자신의 양자로 삼고 젖을 먹일 유모를 구했습니다. 그 유모는 그 아기를 낳은 친어머니가 됩니다.

공주는 아기의 이름을 ‘내가 그를 물에서 건져 내었다’는 뜻으로 ‘모세’라고 지었습니다.(출 2:10) 이름처럼 죽음의 강에서 건져낸 구원받은 자의 이름이 됩니다. 이 아기는 장차 자기 민족을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선하게 인도할 정치 및 영적 지도자인 모세입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야훼(여호와) 이레’ 하나님께서 크고 놀라운 구원을 치밀하게 준비하신 일이었습니다.

우리 인생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떠는 갈대 같습니다. 그러나 갈대로 만든 상자가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고 도우시면 놀라운 일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상한 갈대 같은 존재일지라도(사 42:3) 성령님께서는 치유하시고 회복시켜 주심으로 훗날 위대한 약속을 성취하십니다.

교회는 갈대 상자와 같아서 예수님의 몸 된 신앙공동체를 의미합니다. 갈대는 그 생김새만 보면 줄기 속은 비어 있고 큰 높이에 비해 매우 가늘어 가녀린 모습으로 불안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인생이 갈대 같더라도 예수님을 만나면 삶이 확연히 바뀝니다. 교회는 굳건한 반석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거룩한 믿음의 고백 위에 세워지는 구원의 공동체입니다.

윤철종 또오고싶은교회 목사

◇윤철종 목사는 경기도 김포 마산동에 있는 또오고싶은교회 담임목사이며 과학자입니다. 연세대(신학과)와 한세대 영산신학대학원에서 신학(MDiv)을 공부하고 서울대 보건대학원, 가톨릭대 대학원에서 분자생물학을 공부했습니다. 총회신학 및 목회연구원에서 ‘신학과 과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윤철종의 마이크로월드’ 외 다수가 있으며 순복음가족신문에 ‘윤철종의 생명과학이야기’도 연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