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사는 ‘해석’의 힘

입력 2025-01-21 03:05

건강하게 사는 건 누구에게나 중요한 삶의 목표다. 어떻게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건강하게 살려면 팩트보다 해석이 중요하다”는 이 문장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몸은 눈과 귀, 촉각 등 여러 감각으로 외부 자극을 받아들여 이를 뇌에서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시상하부가 핵심 역할을 한다. 시상하부는 우리가 경험하는 자극이 사실인지, 단순한 감정인지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저 자극을 받아들여 뇌하수체에 호르몬 분비를 지시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뇌하수체는 각 장기에 호르몬을 분비하라는 명령을 내리는데 이로 인해 몸은 특정 반응을 일으킨다. 이때 중요한 건 외부 자극이 객관적인 사실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이를 우리가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시상하부가 긍정적 감정을 받아들이면 몸은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또 부정적 감정을 받아들이면 그에 맞춰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몸과 뇌의 관계를 설명할 때 두 가지 주요 통로가 있다. 첫째는 감각 신경인 ‘아퍼런트 시스템’(구심성 신경)으로 오감이 뇌로 전달되는 통로다. 둘째는 운동 신경인 ‘이퍼런트 시스템’(원심성 신경)으로 뇌에서 전달한 신호가 말단 조직까지 내려가는 통로다. 아퍼런트 시스템은 팩트를 전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뇌에서 이를 해석해 이퍼런트 시스템으로 보내는 비율이 무려 90%에 달한다.

인간의 몸은 약 100조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다. 체형에 따라 세포의 수가 많고 적은 게 아니다. 다만 세포 안에 지방이 얼마나 축적됐느냐에 따라 체형이 달라진다. 결국 건강이란 세포가 얼마나 건강하냐에 달렸다. 100조개의 세포가 적절히 신진대사를 하고 증식과 분화, 사멸의 정상적 과정을 거칠 때 비로소 몸 전체의 건강이 유지된다.

세포가 건강하게 기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여기에서 팩트보다 해석이 중요한 이유가 등장한다. 세포는 뇌의 명령에 따른 신호 전달 물질을 받아 증식과 분화, 사멸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긍정적 작용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신호가 전달돼야 한다. 중요한 건 이 신호가 뇌의 해석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뇌가 만든 긍정적인 생각이 상상일지라도 뇌는 이를 사실로 받아들여 세포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다.

몸과 마음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스트레스가 소화 장애를 일으키고 장내 미생물 환경이 악화되면 우울감이 발생한다는 ‘장-뇌 연결축’ 이론이 대표적 예다. 장이 안 좋아지면 매사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종일 두통에 시달린다. 회사나 가정에서 문제가 많으면 이것이 소화 불량을 지속시키기도 한다. 위와 십이지장에도 스트레스를 계속 줘 위염이나 십이지장염을 유발한다. 내시경으로 검사해도 뚜렷한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잦다. 병원에서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라”는 의사의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실제로 몸과 마음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뇌에 부정적인 스트레스나 생각이 가득 찬 노인의 경우 더 위험하다. 몸에는 불량 세포를 시시각각 처리하는 면역 세포가 있다. 이 세포가 몸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온 힘을 집중하면 정작 불량 세포를 걸러내지 못한다. 결국 몸의 한 곳에서 암세포가 자라고 이로써 장차 암 환자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뇌가 느끼는 생각과 감정이 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건 젊은 노인의 건강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대한 진실이다.

“인생은 10%의 팩트와 90%의 해석”이란 유명한 말이 있다. 삶에 힘든 일이 많을지라도 이는 인생의 10%밖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해석이 인생의 90%라는 건 곧 삶을 대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의미다.

노인이 되면 힘이 없어지고 팔다리가 쑤셔오며 장기 기능이 전과 같지 않게 된다는 건 엄연한 팩트다. 그러나 그 팩트가 삶의 태도를 규정하는 건 아니다. 노년기에도 배우고 도전하려는 긍정적 삶의 태도를 갖자. 이는 뇌에게 ‘조금 더 노화의 속도를 늦추라’는 자기 신호이자 강력한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선한목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