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지난해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 속에서도 쿠팡은 굳건함을 과시했다. 로켓배송을 앞세운 시장 지배력과 견고한 생필품 소비량 등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다수 기업은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이 당분간은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9일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에서 발생한 신용·체크카드 결제 추정액은 총 35조3700억원으로 압도적 1위였다. 다른 결제 수단까지 더하면 연 매출이 40조원을 넘어섰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쿠팡은 2023년 국내에서 영업하는 단일 유통기업 최초로 매출 30조원을 달성한 바 있다.
G마켓과 11번가, SSG닷컴 순으로 쿠팡의 뒤를 이었다. 카드 결제 추정액은 각각 약 4조9600억원, 4조1268억원, 3조2570억원이다. 상위 10개 기업 중 쿠팡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업체 결제 추정액을 모두 더해도 쿠팡과 12조원 정도 차이가 난다.
쿠팡의 독주는 무엇보다 탄탄한 충성 소비층이 두텁게 형성돼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쿠팡 와우 멤버십 가입자 수는 1400만명이 넘는다. 유료 가입자에게서 들어오는 회비만 해도 다달이 1100억원이 넘는다.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제주도, 강원도 등으로까지 신속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을 장악한 게 주효했다. 신선식품 부문을 강화하면서 생필품 비중을 높였고, 상품 다양성도 확보했다. 쿠팡의 상승세는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대다수 유통기업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현상’으로 인해 지난해 연말 특수마저 누리지 못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에 접어들자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하면서 민간 소비가 더욱 둔화했다. 생필품 외에 의류·잡화 등 소비가 줄어 온라인쇼핑 플랫폼이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소비심리가 급전직하했던 지난달에도 쿠팡은 승승장구했다. 지난달 쿠팡에서의 카드 결제 추정액은 3조2300억원이었다. 2위 G마켓(3875억원)과는 8배, 3위 CJ온스타일(3003억원)과는 10배가 넘는 차이를 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5 유통산업 전망 조사’에서 올해 국내 소매유통시장이 전년 대비 0.4%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안정한 대내외 경제 여건 속 기업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소비자들 역시 불안에 떨고 있다”며 “올해 소비시장 상황은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