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늘 6대 시중은행장들을 소집해 간담회를 연다고 한다. 제1 야당 대표가 주요 은행장 전원을 불러모은다는 자체가 이례적이고 그 상징성으로 인해 정치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은행권을 압박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민생과 상생 금융 논의를 위한 자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융위원장이나 금융감독원장 업무를 야당 대표가 나서서 주도하려는 모습은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듯한 광폭 행보로 비칠 수 있어 국민 피로감을 더할 뿐이다.
민주당은 이번 은행장 간담회의 주제를 ‘역대급 호실적 속 은행의 사회적 역할 확대 방안 모색’으로 못 박았다. 상생 금융을 확대하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상생 금융은 이미 지난해 12월 정부와 금융권이 합의해 20개 은행이 3년간 2조원을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하며 진행 중이다. 금융권은 소상공인과 가계대출 부담 완화를 위해 가산금리 체계도 점진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장 간담회를 열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와 탄핵 정국 이후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은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진정 민생과 나라 경제가 걱정된다면 은행장 줄 세우기보다 시급한 게 국회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법안 통과임을 깨닫기 바란다. 반도체법 등 주요 경제 법안은 민주당이 발목을 잡아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고, 규제만 늘려 기업 환경을 경직시켜 왔다. 주 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과잉 규제가 기업 활력을 약화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현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탄핵 정국과 계엄 이후 국회에서 군사 기밀이 노출되는 사태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경제와 안보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 대표는 잠재적인 대선 주자들 가운데 여론조사 지지율이 가장 높으면서도 가장 찍기 싫은 1위에도 올라 있다. 이는 작금의 탄핵 사태를 초래한 주요 원인이 이 대표의 행보와 연관돼 있다는 점을 많은 국민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임을 이 대표는 깨달아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정권을 잡은 듯한 과속 행보나 포퓰리즘으로 무장한 정치적 이벤트로는 국민 지지를 얻기 힘들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