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해 세계 모든 나라가 우려하고 있다. 그가 내세우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즉 철저하게 국익을 앞세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이 무차별적으로 선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예고한 트럼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제국주의적 영토 팽창 가능성까지 들고 나왔다.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소유 의지를 내보였고, 이웃인 캐나다와 멕시코에까지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는다.
트럼프는 주덴마크 대사를 발표하면서 미국과 세계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를 소유하고 통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만일 덴마크가 수용하지 않으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고, 파나마 운하와 마찬가지로 군사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는 풍부한 희토류 매장량 외에 지구 온난화로 북극 항로가 열리면서 중·러와의 북극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 중·러에서 미 동부를 공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비행 경로는 북극을 통과하는데, 그린란드는 미사일 조기 경보와 요격에 최적 위치다.
그린란드의 전략적 중요성에 주목한 건 트럼프가 처음은 아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한 윌리엄 시워드도 그린란드 매입에 관심 가졌고, 해리 트루먼 대통령도 비밀리에 매입 의사를 타진했다. 2차대전 당시 독일이 덴마크를 점령하는 동안 미국은 그린란드를 점령했고, 지금도 그린란드에 툴레 공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나토 동맹국의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무력 탈취하진 않겠지만 트럼프가 뭘 노리고 동맹국까지 흔드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도 트럼프의 공세에 당혹스러워한다. 트럼프가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꾸자고 제안하자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북미 지역을 멕시코아메리카로 바꿔야 한다고 대꾸했다. 파나마엔 운하 소유권을 회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캐나다를 향해선 합병하면 위대한 국가가 될 것이라며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고 제안했다.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에 정치적 위기에 몰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결국 지난 6일 사퇴했다. 트럼프가 캐나다와 멕시코를 때리는 건 2018년 개정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협상을 앞두고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략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세계 언론은 트럼프의 새로운 팽창주의적 행태에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이란 이름을 부여했다. 구대륙의 간섭 배제를 선언한 제임스 먼로 대통령의 ‘먼로 독트린’과 트럼프 이름 ‘도널드’를 합성한 신조어다. 돈로 독트린은 중·러 같은 적대국뿐 아니라 동맹과 전통적 우방조차 가리지 않고 국익을 위해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겠다는 극단적 미 우선주의의 앞날을 예고하는 듯하다. 트럼프의 공세적 개입주의 행보는 신고립주의적 대외 정책을 펼 거라던 예상을 깨는 것이고, 21세기판 신 강대국 제국주의의 신호탄일 수도 있기에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한국은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이다. 트럼프가 한국에는 어떤 계산서를 들이밀지 알 수 없는 가운데 MAGA의 거센 파고를 무방비로 맞을 수밖에 없게 됐다. 적국과 우방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쏟아내는 거친 언행이 언제 우리에게 닥칠지 모른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막대한 무역흑자 해소, 대북 직거래에서 패싱 가능성, 대중국 압박 동참 요구 등 한국을 향해 뽑아 들 카드는 여러 가지다. 우리는 이러한 가능성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가.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