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7일 밤늦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요구를 대폭 수용한 ‘내란 특검법’ 수정안을 처리한 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황에서 하루빨리 특검을 출범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당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이 처리한 특검법이 여야 합의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며 최 권한대행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밤 의원총회가 끝난 뒤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오늘 특검법이 통과되면 최 권한대행은 곧바로 수용하고 공포하기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에 다음 주 초라도 바로 (특검법을) 공포하면 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수정안에 ‘언론 브리핑’ 조항과 ‘인지사건 수사’ 조항을 남겨둔 것을 지적하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국민의힘은 자체 발의한 ‘계엄 특검법’에서 “수사 범위가 무한정 확대될 수 있다”며 수사 대상에서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을 삭제했다. 언론 브리핑을 가능하도록 한 조항도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탄핵 재판에 악용될 것”이라며 삭제했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수정안에 대해 “(인지사건 수사 조항은) 별건 수사가 가능한 특검의 ‘마스터 키’”라며 “별건 수사와 사법의 정치화를 유도하는 대국민 브리핑 조항은 다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수정안을 수용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내 강한 반발을 무릅쓰고 자체 특검법을 냈지만, 민주당이 끝내 정략적 의도를 놓지 못해서 협상이 결렬된 것”이라며 “최 권한대행이 특검법을 공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특검법 협상 전부터 윤 대통령이 이미 체포된 상황인 만큼 특검 수사가 불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윤상현 장동혁 정희용 유영하 의원 4명은 자체 특검법 공동 발의에도 서명을 거부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애초 자체 특검법 발의는 당내 이탈표 방지가 주목적”이라며 “재표결을 하더라도 이탈표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민주당 수정안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안철수 의원만 제외하고는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이종선 최승욱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