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끌어온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분쟁이 양측의 합의로 마침표를 찍었다.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 최종 계약은 물론 향후 ‘팀 코러스(Korea+US)’의 원전 수출 시장 협력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16일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과 한국전력공사, 웨스팅하우스는 최근 지재권 분쟁 절차를 중단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3사는 웨스팅하우스의 지분을 보유한 캐나다 핵연료 회사 카메코와 함께 1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할 방침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최근 수년 동안 한수원의 수주 활동에 번번이 제동을 걸어왔다. 2022년 10월에는 미국 법원에 지재권 침해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한수원의 APR1400 노형이 웨스팅하우스의 원천 기술에 기초했다는 이유였다. 미국 법원은 2023년 1심에서 이를 기각했지만 웨스팅하우스의 항소로 지금까지 항소심 및 중재 절차가 진행돼왔다. 지난해에는 체코가 한수원을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하자 체코반독점사무소에 진정을 냈다가 기각당했다.
한수원은 APR1400의 냉각재펌프·계측제어통합설비 등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해 국산화했으므로 독자 수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원전 수출이 번번이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다.
두 회사의 갈등은 한·미 정부가 중국·러시아의 시장 진출에 맞서 양국 간 원전 수출 협력을 강화하면서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양국은 지난 8일(현지시간) 원자력 협력 원칙을 재확인하고 원전 수출에 관한 당국 간 소통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의 약정(MOU)을 체결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당시 “이제 민간에서도 문제를 건설적으로 풀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3월 체코 수출에 큰 문제가 없도록 기반을 만들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사업은 차질 없이 본계약 협상을 마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팀 코러스’를 앞세운 양국 원자력 업계의 글로벌 수출 시장 진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두 회사는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비밀유지 약속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한수원이 체코 원전 사업에서 웨스팅하우스에 로열티나 일감을 주고, 향후 유럽·중동 등 수출 시장을 배분하거나 공동 진출하는 방향으로 합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