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의 ‘폭주’ 트럼프 대선 승리 뒤부터 ‘제동’

입력 2025-01-17 00:00
이스라엘 예루살렘 진입로에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의 사진과 함께 ‘비비(베냐민 네타냐후), 이 망할 전쟁을 끝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5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합의한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쥐었던 인물은 단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다.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휴전을 압박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연일 강경한 태도로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명령했고 지난해 하마스 지도부를 사실상 궤멸시킨 뒤에도 이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과의 무력 충돌을 계속했다.

사실상 폭주에 가까웠던 네타냐후의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뒤부터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를 끌어낸 동력도 결국 트럼프 당선인의 ‘특사 파견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가 가자지구 휴전에 미친 영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동평화 특사로 지명된 스티브 위트코프의 역할을 조명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휴전 협상장이 마련된 카타르 도하에 체류해온 위트코프 특사는 지난 10일 밤 돌연 네타냐후 측에 전화를 걸어 이튿날 아침 면담을 요구했다. 11일은 유대교 안식일인 토요일로, 이스라엘 총리는 외교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네타냐후 측근들이 12일 이후의 만남을 제안했지만 위트코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위트코프는 자신의 요구대로 11일 아침 네타냐후와 면담했다. 네타냐후는 면담 이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이 이끄는 협상단을 카타르로 보내기로 했다.

가디언은 “위트코프가 휴전안의 쟁점 안건에 대해 타협하라는 ‘엄중한 메시지’를 네타냐후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타냐후가 트럼프의 메시지를 들고 온 특사 앞에서 강경한 태도를 굽혔다는 얘기다.

결국 이스라엘과 하마스 대표단은 13일 “휴전과 인질 석방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중재국(미국·이집트·카타르)에 전달했다. 이후 양측의 휴전 합의는 이틀 만에 이뤄졌다.


일각에선 네타냐후가 트럼프에게 가자지구 휴전을 취임 직전의 ‘선물’로 안겨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기간 내내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두 개의 전쟁’을 자신이 재집권하면 끝내겠다고 공언했고, 이스라엘은 그의 대선 승리 이후인 지난해 11월 27일 헤즈볼라와 휴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가자지구 휴전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이뤄진 트럼프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협력에 주목했다. NYT는 “휴전을 성사시키려는 트럼프의 노력은 단순한 공개적 협박에 그치지 않고 건설적 지원으로 이어졌다”며 “그는 위트코프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파견한 브렛 맥거크 특사를 돕도록 했다”고 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