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불안에… 한은, 저성장 우려에도 금리 동결

입력 2025-01-16 19:06 수정 2025-01-16 21:48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연 기준금리를 3.0%로 동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16일 올해 처음 개최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국내 경기 악화에 12·3 비상계엄 사태 충격까지 더해져 인하 전망이 많았으나 원·달러 환율 변동 가능성이 커지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금통위원 6명 중 5명의 찬성으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만 보면 인하가 당연하지만, (국내 정치 불안 등에) 환율이 필요 이상으로 올랐다.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든지 대외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상황을 좀 더 보고 확신을 갖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최근 환율에 대해 “한국 경제 펀더멘털이나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계엄 사태 이후 오른 70원 중 50원은 전 세계적 달러 강세 영향”이라며 “기계적으로 보면 정치적 이유로 인한 상승이 20원이지만 국민연금 환 헤지 물량, 시장 안정화 조치 효과 등을 고려하면 20원보다 큰 30원 정도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총재는 또 “환율이 1470원대로 오른 채 유지된다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예측(1.9%)보다 0.15% 포인트 올라 2.05%가 될 수 있다”며 “환율뿐 아니라 국제 유가가 같이 올라가면 물가에 미치는 임팩트가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초 1400원 내외였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480원까지 급등하는 등 1470원 내외에서 고착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날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6거래일 만에 1450원대로 내려왔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 등 경기 부진이 심화된 만큼 다음 달 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다. 이날 3개월 내 전망을 보여주는 포워드가이던스에서 금통위원 전원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인하 사이클은 계속 지속될 것”이라며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대외 경제 여건을 확인한 이후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에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초까지 시장은 3회 연속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속 금리 인하로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주 말부터 동결 의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사태 후 치솟은 원·달러 환율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및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 분위기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외 변수로 환율 상승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춰 환율 변동성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금통위도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성환 금통위원이 인하 소수의견을 냈지만 그도 환율 등 대외 부문이 걱정된다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