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포고령 잘못 베꼈다”는 尹에 “착오 있는 듯”

입력 2025-01-16 18:50 수정 2025-01-17 00:27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 유승수(왼쪽) 이하상 변호사가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 전 장관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마친 뒤 김 전 장관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16일 진행된 재판에서 ‘포고령을 김 전 장관이 잘못 베낀 것’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 “착오가 있는 것 같다”며 다소 입장차를 보였다. 김 전 장관은 부정선거 의혹을 계엄 선포 이유로 들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확인하자”는 주장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이날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번 재판은 내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총 10명의 피고인 중 처음 열린 것이다.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리 보는 ‘윤 대통령 재판’으로 관심을 모았다. 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지만 김 전 장관은 법정에 직접 출석했다. 머리가 군데군데 하얗게 센 김 전 장관은 회색 정장 차림으로 마스크를 쓴 채 구속 피고인 전용 통로를 통해 법정에 들어왔다.

김 전 장관 변호인은 재판 종료 후 국회 정당활동을 금지한 ‘포고령 1호’와 관련, “김 전 장관이 초안을 썼고 대통령이 검토했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이 ‘김 전 장관 측이 예전 군사정권 계엄 예문을 그대로 베꼈고, 문구의 잘못을 부주의로 간과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에 대해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 입장은 포고령 1호가 국회 권능을 이용해 (국정을) 마비시키는 정치 활동을 금지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며 “(포고령에) 어떤 착오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재판에서 중앙선관위 서버에 대한 증거보전도 신청했다. 변호인은 “계엄 선포의 합법성을 입증하기 위한 핵심 증거”라며 부정선거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증거보전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양측은 비상계엄의 사법심사 권한을 두고 격돌했다. 김 전 장관 측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에게 전속적으로 주어진 비상대권”이라며 “일개 검사가 계엄 선포를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대통령은 물론 김 전 장관에 대해서도 재판권이 없다”고 했다. 비상계엄을 대통령 권한이라 강조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문제 삼는 윤 대통령과 유사한 주장을 편 것이다.

반면 검찰은 “대법원에 ‘비상계엄이 범죄일 경우 사법심사 대상에 해당한다’는 판례가 있다”며 “수사 및 구속영장 심사 단계에서 이미 검찰의 수사 개시 권한이 명백히 인정됐다”고 반박했다.

기일 진행에 대해서도 검찰은 주 2~3회를, 변호인은 “한 달에 한 번도 많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재판부는 다음 달 6일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열고 병합 여부, 기일 지정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검찰 기소 내용이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입증되냐 아니냐로 유무죄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