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침체 및 양극화로 지방 5대 광역시의 1순위 청약자 수가 1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는 전년보다 물량이 늘어날 예정인데, 시장침체 장기화 우려로 주택사업자들의 경기 전망은 부정적 의견이 우세하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16일 지방 5대 광역시(부산·대구·대전·울산·광주)의 1순위 청약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순위 청약자 수는 9만3752명에 그쳐 10만명을 밑돌았다. 경쟁률은 2.8대 1이었다.
지방 광역시의 1순위 청약은 급감하는 추세다. 2022년 26만1127명이 1순위 청약을 해 평균 경쟁률은 9.29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가 본격화한 2023년 12만8465명으로 반 토막 났고 경쟁률도 6.21대 1에 그쳤다. 지난해는 여기서 더 뚝 떨어진 셈이다.
지역별로는 대전의 지난해 평균 경쟁률이 5.32대 1로 가장 높았다. 9164가구(특공 제외) 모집에 4만8754명이 몰렸다. 이어 대구가 2.78대 1(3466가구 모집에 9636명 청약), 울산 1.8대 1(5078가구 모집에 9131명이 청약), 광주 1.67대 1(8236가구 모집에 1만3767명이 지원)을 기록했다. 부산은 2022년 1순위 평균 경쟁률이 37.21대 1에 달했지만, 지난해 1.64대 1(7593가구 모집에 1만2473명 청약)로 급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5대 광역시에서는 올해 1분기 28곳, 1만7238가구(일반분양 1만2835가구)가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9곳, 1만579가구)보다 약 1.63배 많다.
하지만 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만큼 시장이 활기를 띠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부동산시장 침체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가 61.6으로 전월(75.7)보다 14.1포인트 하락했다. 2023년 1월(55.8)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다. 기준점 100을 밑돌면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주산연은 “비수도권은 매매가·거래량이 둔화세 속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시장침체 장기화 우려로 부정적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도 증가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지방의 악성 미분양은 1만4802가구로 직전 달(1만6446가구)보다 2.3% 늘었다. 2023년 12월(8690가구)과 2022년 12월(6226가구)과 비교해도 수천 가구 늘었다.
마냥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선별 청약이 지방에서도 두드러지면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장기 침체한 대구·울산 등에서도 일부 두 자릿수 청약률 단지가 나온 만큼 실수요자들의 선별 청약이 심화하고 있다”며 “첫 단추가 잘 끼워지면 최악은 벗어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