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17일 청구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첫날 조사 때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데 이어 이틀째인 16일에는 구치소에 머물며 아예 공수처에 출석도 하지 않았다. 첫날 충분히 입장을 밝혔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사실상 공수처 조사를 전면 거부한 것이다. 그러니 이름과 주소를 확인하는 인정신문에도 입을 다물었을 것이다. 묵비권도 피의자 권리이지만 검찰총장 출신으로 조사 자체를 보이콧한 것은 실망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대신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 체포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해 이날 오후 심리가 열렸지만 결국 기각됐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으며, 공수처 관할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된 체포영장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아 체포 상태가 유지됐다. 체포적부심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 기한도 당초(17일 오전 10시33분)보다 늦춰지게 됐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가 예상되고 공수처가 추후 기소하면 오랜 기간 재판도 받아야 한다. 이와 별도로 헌법재판소에선 이날부터 변론이 본격화되는 등 향후 몇 개월간 탄핵심판도 진행된다. 그런데 윤 대통령 신병처리 문제나 법원 재판, 헌재 심리 때마다 나라 전체가 술렁거리며 이 문제에 계속 매몰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탄핵 사태를 둘러싼 문제들이 다 법의 영역으로 넘어간 만큼 국민들도 인내심을 갖고 차분히 결과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탄핵 사태로 인한 충격이 작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탄핵의 블랙홀에만 빠져 있을 순 없다. 그렇게 되면 사회 갈등은 더욱 커지고, 나라도 점점 퇴행할 수밖에 없다. 이젠 거기서 빠져나와 각자 치유의 시간을 갖고 일상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국회에서 주야장천 윤 대통령을 비난하고, 방어하는 정치만 펼쳐져선 곤란하다. 이제 윤 대통령 사안은 냉각기를 갖고 무너진 정치를 정상화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지금은 민생을 챙기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 그간 탄핵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느라 등한시한 입법과 의원 외교, 연금 등 개혁과제 추진에도 바짝 나서야 한다. 그렇게 정치가 확 달라져야 탄핵으로 인한 사회 갈등도 조금이라도 빨리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