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기술진 “MBK·영풍, 적대적 M&A 반대”

입력 2025-01-17 01:40
국민일보DB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인수·합병(M&A) 시도를 두고 고려아연 임직원들의 반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과 핵심 기술진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투기적 사모펀드 MBK와 심각한 환경오염, 적자 등에 시달리며 실패한 기업인 영풍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고려아연은 미래가 없다”며 “MBK·영풍의 적대적 M&A 시도가 성공할 경우 MBK·영풍 측과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MBK와 영풍은 탄탄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한 고려아연을 뺏고 싶다는 생각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이들의 적대적 M&A가 혹여라도 성공할 경우 그간 야심차게 추진한 신사업은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 뻔하며, 이는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MBK 측이 고려아연 현 임직원에게 세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무능한 경영진과 함께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오직 단기 수익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투기적 사모펀드다운 발상으로 돈만 많이 주면 된다는 천박한 인식에 모멸감마저 느낀다”고 일축했다.

노동조합도 가세했다. 고려아연 노조도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MBK·영풍의 적대적 M&A 시도가 성공할 경우 총파업을 포함해 모든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회사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권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고려아연 임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중순 고려아연이 임직원 198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 MBK·영풍의 적대적 M&A 성공 시 가장 부정적인 영향 질문에 ‘근로조건 악화’와 ‘노사대립 격화’를 꼽은 응답자 수가 1,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1차 설문조사 당시와 비교해 불안과 스트레스가 높아졌다고 응답한 임직원이 76%에 달했다. M&A 시도가 사내 분위기와 조직문화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응답은 75%를 웃돌았다. 경영진이 교체될 경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답변도 91.4%로 집계됐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