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전쟁의 휴전을 이끌어내는 데 미국 현직·차기 대통령 간 이례적 공조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뉴욕타임스는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잠시 접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놀라운 협력을 통해 휴전 협상이 타결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다만 두 사람은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며 본인의 공로를 부각시키는 데 열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나의 외교는 이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며 “이는 위기에 몰린 하마스의 상황과 이란의 약화에 따른 중동 정세의 변화뿐 아니라 끈질기고 고된 미국 외교의 결과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휴전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공도 인정했다. 바이든은 백악관 연설에서 “이 협상이 나의 행정부에서 개발되고 진행됐지만 차기 정부에서 대부분 이행될 것”이라며 “지난 며칠 동안 우리(백악관과 트럼프 측)는 한 팀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은 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때 취재진이 두 사람 중 누가 더 협상 타결에 공이 있는지를 묻자 “농담하는 거죠”라고 되물었다. 현직인 자신과 당선인의 역할은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트럼프와 그의 팀이 공로를 인정받을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에 “좋은 일이 생기면 누구나 공로를 바란다. 그건 흔한 일”이라며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대통령이 일을 해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이 기나긴 휴전 합의는 오직 우리의 지난해 11월 역사적 (대선) 승리 덕분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미국과 세계를 위해 일어날 위대한 일들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백악관에 입성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많은 것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동 문제를 담당했던 데니스 로스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트럼프 효과가 있었다”면서도 “바이든 팀은 기본적으로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도움을 준 공로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