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응징 담은 ‘트리거’… 디즈니플러스 반등 신호탄 될까

입력 2025-01-17 02:01
'트리거'는 사회를 어지럽히는 악인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팀장 오소룡 역을 맡은 김혜수는 대부분 진지하지만, 한 번 씩 쌍코피를 흘리고 넘어지는 등의 코믹 연기를 통해 긴장감을 해소해준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기댈 데 없는 사람들을 현혹해 범죄로 착취하고, 힘없는 동물들을 연이어 잔혹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최근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시리즈 ‘트리거’에서다. 어딘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이 사건들은 현실에서 벌어졌던 실제 사건들을 연상케 한다. 차이가 있다면 ‘트리거’에서 악인들은 속 시원하게 죗값을 받는다.

지난 15일 공개된 ‘트리거’ 1, 2화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방송국 KN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트리거 팀은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나쁜 놈들이 벌인 일의 진실을 카메라에 담아 보도한다. 팀장 오소룡(김혜수)과 트리거 팀에 의도치 않게 낙하한 중고 신입 한도(정성일), 계약직이지만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넘치는 조연출 강기호(주종혁)가 한 팀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마약 양귀비를 불법으로 재배하는 데에 신도들을 강제로 동원하는 사이비 종교 믿음동산을 파헤친 1화와 연이어 살해당한 길고양이들의 의문의 죽음을 추적한 2화는 빠르게 전개되며 시청자를 붙든다. ‘트리거’는 이 같은 범죄 사건들을 다루면서도 사내 괴롭힘, 계약직 문제 등 사회에서 벌어지는 차별의 문제도 함께 짚는다. 드라마지만 실제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다.

하지만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중간중간 코믹한 요소를 넣어 긴장감을 풀어준다. 특히 김혜수의 코믹 연기가 눈길을 끈다. 내 몸 지키기보다 피해자를 구하는 게 먼저고, 정의 구현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열혈 팀장이라 딱딱하게 느껴질 법하지만, 뛰고 넘어지고 구르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트리거’의 이런 부분이 김혜수가 작품 출연을 결심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최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김혜수는 “‘슈룹’ 촬영 막바지에 들어온 작품 가운데 무게감 있는 것들이 많았다”며 “‘트리거’는 사회 이슈를 다루면서도 전반적으로 유쾌했다. 그래서 눈에 띄었고, 볼수록 재미있다는 생각에 선택했다”고 말했다.

'사회성 제로' 중고 신입 한도를 연기한 정성일은 '트리거'를 통해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정성일의 캐릭터 변신도 눈에 띈다. ‘더 글로리’에서 연진이 남편 하도영으로 보여줬던 젠틀한 모습, ‘전, 란’에서 연기한 강렬한 일본군의 모습을 싹 지웠다. 새끼손톱을 검게 칠하고 뒤집어쓴 후드, 입에 문 사탕까지. 영락없이 사회성 부족한 중고 신입의 모습을 표현해냈다. 정성일이 한도를 ‘성장형 캐릭터’라고 표현한 만큼 남은 회차에선 트리거 팀에 조금씩 동화돼 가는 과정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총 12부작으로 구성된 ‘트리거’는 매주 2회차씩 공개된다. 아직 두 회차밖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청자들은 “요즘 같은 때에 사이다 드라마 보고 힐링했다” “몰입도가 높아서 재밌다” 같은 호평을 보내고 있다.

그간 ‘무빙’ 이후 눈에 띄는 흥행작을 내놓지 못해 아쉽다는 평가를 듣던 디즈니플러스에 ‘조명가게’와 ‘트리거’의 호평은 반전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6일 “‘트리거’는 김혜수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도 기대감이 상당한 작품이다. ‘무빙’에 이어 ‘조명가게’도 좋은 반응을 얻어 디즈니플러스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도 있다”면서도 “좋은 작품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 또 디즈니플러스의 라인업이 장르, 출연진 면에서 다양성이 부족한 만큼 이 지점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