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여성팬도 열공… 1분 만에 마감된 KBO 기록강습회

입력 2025-01-17 02:03
전국 각지에서 모인 200명의 수강생이 16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에서 열린 KBO 기록강습회에서 강의에 집중하고 있다.

16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관. 한국야구위원회(KBO) 소속 기록위원들의 프로야구 공식기록 작성법 강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한파를 뚫고 전국 각지에서 온 200명의 수강생이 강의실 열기를 달궜다.

지난 8일 1분도 안 돼 접수 마감된 KBO 기록강습회가 이날부터 18일까지 3일 동안 열린다. 강습회는 야구 공식기록법을 널리 알리기 위해 KBO리그 원년인 1982년부터 개최하고 있다. 2021~2022년 코로나19로 중단된 걸 제외하고 올해로 41회째를 맞았다.

이날 ‘야잘알’(야구를 잘 아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강의에 열중했다. 노쇼는 없었다. 야구 선수도, KBO 직원도 아닌 평범한 야구팬들은 기록위원들이 알려주는 내용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노트 필기를 하거나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쉬는 시간엔 기록위원들을 찾아가 질문 공세를 벌였다. 기록지에 남겨진 기록은 역사가 된다는 것도 배웠다. 한인희 기록위원은 “기록지 작성은 ‘야구 일기’를 쓰는 것과 같다”며 “그날의 경기 결과를 사실 그대로 적는 것이 기록위원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이 모였다. 이날 최연소 수강생인 LG 트윈스 팬 김현서(15)군은 “강습회를 들으러 친형과 함께 김포에서 왔다”며 “왕복 3시간이 걸리지만, 3일 동안 모두 출석하고 시험에 통과해 수료증을 꼭 받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상 첫 1000만 관중 돌파의 원동력인 여성팬의 야구 사랑은 강습회로 이어졌다. 역대 처음으로 여성 수강생이 남성보다 많았다. 올해 여성은 105명, 남성은 95명이 왔다. 20~30대 여성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대구에서 온 삼성 라이온즈 팬 이윤재(28·여)씨는 “지금도 경기 결과를 나름대로 적어두고 있으나 기록지에 정확하게 작성하고 싶어 배우러 왔다”며 “3일 동안 서울 친구 집에서 통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홍예지(29·여)씨는 “지난해 9월 TV로 처음 접한 뒤 야구에 푹 빠졌다”며 “기본적인 규칙을 넘어 야구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 강습회를 신청했다”고 했다.

KBO는 초보 야구팬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서려 준비하고 있다. ‘야구는 어렵다’는 인식을 깨고자 한다. 진철훈 기록위원장은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한 궁금증을 대담 형식으로 풀어주는 영상 콘텐츠를 만들려고 한다”며 “초보 관중이나 여성들도 야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