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과서 도입 혼돈에 에듀테크 업계도 ‘난감’

입력 2025-01-17 01:37

정부의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 표류하면서 AI 교과서 플랫폼을 개발하는 에듀테크(교육기술) 업체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플랫폼 서버, 클라우드 등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는 정보기술(IT) 기업도 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에듀테크 업체들은 올해 3월 AI 디지털 교과서의 전면 도입을 전제로 최근 2년여간 관련 기술 및 서비스를 개발해왔다. 국내 에듀테크 스타트업 중 엘리스그룹,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에누마 등이 교과서 발행사와 함께 AI 교과서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이들 업체가 개발한 일부 과목의 AI 교과서는 지난해 11월 검정에 통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2년부터 AI 교과서 도입 이야기가 있었고, 이후 정부의 움직임도 있어서 기술 개발을 꾸준히 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2023년 4월 발행사와 에듀테크 업체 간의 ‘매칭 데이’를 개최했다. 같은 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교과서에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하는 데 필요한 비용 및 서비스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에서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지위를 낮추는 내용의 개정안이 통과됐고, 교육부는 올해 1년간 AI 교과서 사용을 학교 자율에 맡겼다. 오는 2028년 전 과목 AI 교과서 도입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이에 에듀테크 업체들의 사업은 줄줄이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AI 교과서를 개발한 업체 관계자는 “이 사업을 위해 개발자를 대거 고용하는 등 비용을 투입했는데, 갑자기 계획이 바뀌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AI 교과서 사업에 협력한 네이버클라우드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AI 교과서 플랫폼을 위한 서비스 및 인프라 자원 확보, 클라우드 운영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이 회사는 ‘AI 교과서 전담 태스크포스(TF)’도 운영 중이다.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TF는 계속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당분간 정부와 국회의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17일 AI 교과서 도입이 적절한지 검증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는 올해 AI 교과서 도입 시 학생용 구독료로 4년간 총 4조7200억원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평균 월 구독료 5000원 기준). 이를 기대하고 뛰어든 에듀테크 업체들은 헛물을 켠 셈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기껏 AI 교과서 기술을 개발했는데, 한순간에 사업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