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외교안보라인 주요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북한 관련 발언을 통해 새 정부의 대북 인식과 접근법의 변화를 시사했다. 14~15일(현지시간) 진행된 미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는 모두 ‘북한 비핵화’를 정책 목표로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헤그세스 지명자는 그동안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사용을 자제해온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을 썼고, 루비오 지명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무기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보험”이라며 “어떤 제재도 핵 개발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북 정책의 광범위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트럼프 2기 외교안보라인의 대북 인식은 위협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북한 비핵화’보다는 ‘위기관리’ 쪽에 가까웠다.
루비오는 15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브라이언 샤츠 의원이 북한 비핵화가 실패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김정은을 가리켜 “남은 생애 동안 권력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40대 독재자”라면서 “그는 핵무기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보험 정책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핵무기)은 그에게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어떤 제재도 (핵)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샤츠 의원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환상”이라며 대북 정책 재검토 의향을 묻자 루비오는 “보다 광범위하게 대북 정책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관심(ap petite)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루비오는 트럼프 1기 때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저도 매우 회의적이었던 사람 중 한 명”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다가갔으나 김정은은 두 번이나 협상하기를 거부했고, 결국 지속 가능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는 그 관여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실험을 중단시켰다. 북한 (핵)프로그램의 발전을 중지시킨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한반도) 상황을 진정시켰다”고 평가했다.
루비오는 또 “불행하게도 (북한은)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를 제공하는 등 한반도를 넘어선 분쟁에 관여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을 고려해 우리가 남북한, 어쩌면 일본 그리고 궁극적으로 미국을 포함하는 우발적 전쟁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국가들이 각자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도록 부추기지 않으면서 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자문한 뒤 “이것이 우리가 찾는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등의 독자적 핵무장에 선을 그으면서 한반도 전쟁 위험을 낮추는 위기관리에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루비오와 전날 헤그세스의 “핵보유국으로서 북한의 지위” 발언으로 미뤄 보면 향후 북한 비핵화가 정책 목표로 추진될지에 의문이 생기고 핵 동결이나 군축을 추진하는 ‘스몰딜’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발표된 민주·공화 양당의 정강·정책에서 북한 비핵화가 빠지면서 거론됐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랫클리프 지명자는 이날 상원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은 여전히 (미국 안보를) 불안정하게 하는 세력으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랫클리프는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어려운 국가안보 환경에 직면해 있다”며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대상으로 중국·이란 등과 함께 북한을 거론했다. 랫클리프는 대북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사전 질의에서도 “북한은 미국의 이익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왔다”며 “특히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루비오와 랫클리프는 중국에 대해선 강경한 매파적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루비오는 중국에 대해 “가장 강력하고 위험하며 미국이 지금까지 직면한 적 가운데 거의 대등한 적국(near-peer adver sary)”이라고 평가했다. 루비오와 랫클리프는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어 인준이 확실시된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