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 한남동 관저에 진입할 무렵 공수처 출석을 결심했고, 스스로 예정에 없던 담화 발표를 결정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관저를 찾은 여권 인사들에게 “다치지는 않았느냐” “춥지 않으냐”고 물었고, 마지막으로 떠날 때 뒤를 돌아보며 “내가 가야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관저 외부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주변에 “메시지, 메시지”라며 담화문을 작성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에 원고나 장비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2분48초 분량의 영상 메시지는 한 대통령실 직원이 휴대전화로 급히 촬영해야 했다. 당시 상황을 아는 이들은 윤 대통령이 경찰의 각종 장비 동원을 보고받고 난 뒤 유혈 충돌을 막기 위해 출석을 결심했으며, 담화문을 발표하겠다고 즉석에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날 윤 대통령 관저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대통령실 참모진 및 행정관 등 수십명이 몰렸다. 윤 대통령은 응접실에 서 있게 되는 이들도 많아지자 “매트를 깔든 방을 열든, 사람들이 앉게 해 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오갈 때면 방문객들은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이때 윤 대통령은 “앉아 있으라” “내가 미안해서 돌아다니질 못하겠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출석을 결정한 이후에는 관저 내부 분위기가 결연해졌다고 참석자들은 말했다. 눈물을 못 참는 이들도 있었는데, 윤 대통령은 허탈하게 웃으며 그런 이들의 등을 두드려주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관저를 나서겠다며 “냉장고에 있는 과자든 물이든 다 털어서 사람들 줘라” “내가 만든 샌드위치인데 먹어보라”고 했다. 음식을 먹는 이들은 없었다고 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전날 오전 10시33분 집행했다. 수갑과 포승은 사용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문 밖으로 나설 때 누군가가 코트를 챙겨 건넸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마다했다. 윤 대통령은 잠시 멈춰 관저 안을 돌아보면서 “내가 가야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