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윤석열 샌드위치

입력 2025-01-17 00:40

간편식의 대명사로 통하는 샌드위치는 영국이 원조다. 제4대 샌드위치 백작 존 몬태규(1718~1792)로부터 유래했다. 그는 트럼프 도박에 빠져 식사 시간마저 아까워한 나머지, 빵 사이에 고기와 채소를 넣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고안해 하인들에게 주문하곤 했다고 한다. 이에 다른 사람들도 “샌드위치와 같은 거로 주시오(The same as Sandwich)”라고 하면서 자연스레 음식 이름이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이 이야기는 1772년 영국을 여행한 프랑스 역사가 피에르 장 그로슬리가 출간한 ‘런던 여행’에도 기록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 몬태규는 해군성 장관을 3차례나 맡은 일 중독자로 도박 중독은 독립전쟁을 벌이는 미국에 병력 파병을 반대한 그를 모함하기 위해 누군가가 퍼뜨렸다는 말도 있다. 샌드위치는 하와이와 아르헨티나 남동부의 남극해에 있는 군도에도 그를 기념해 붙여질 정도로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인물로 평가된다. 빵이든 지명이든 샌드위치라는 이름이 그의 작위에서 유래되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샌드위치는 간편성 덕분에 영국 해군의 공식 식사로 자리 잡았다. 특히 선원들의 괴혈병 예방을 위해 빵 속에 채소를 자연스럽게 포함시켜 이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됐다. 19세기 동안 스페인 등 유럽 해상 강국을 중심으로 해병들의 식사 메뉴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1850년대 런던에서는 햄 샌드위치를 파는 가판대가 등장했고, 1919년에는 세계 최초의 기내식으로 제공되는 등 샌드위치가 전 세계적인 간편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체포영장이 집행되기 직전, 자신의 참모와 변호인단을 위해 30명분 햄에그 샌드위치를 만들어 대접했다. 이 소식에 2022년 대선 후보 시절 유튜브 채널 ‘석열이형네 밥집’에서 참치 샌드위치를 만드는 장면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먹방 코스프레 하지말라는 비판이 많지만, 예수의 최후의 만찬처럼 나름 의연함을 잃지 않으려는 절박함에서 표출된 퍼포먼스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