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나(사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요즘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고 답한다. 하나마나한 뻔한 얘기 같지만 그렇게 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윤이나는 다음 시즌부터 KLPGA투어를 떠나 LPGA투어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 많은 골프팬은 윤이나의 등장이 침체국면인 LPGA투어 한국군단에 ‘메기’와 같은 존재가 되길 바라며 응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성패에 대한 견해는 갈린다. 먼저 실패를 우려하는 이유로는 윤이나에게 ‘주홍글씨’가 된 2022년 6월 DB그룹 한국여자오픈에서의 오구 플레이가 언급된다. 당시 대회 1라운드 15번 홀에서 윤이나는 잘못된 볼(wrong ball), 오구 플레이를 했던 것을 그로부터 1개월여가 지난 시점서 늑장 신고했다.
문제는 당시 윤이나의 행동이 실수로 인한 ‘잘못된 볼 플레이’가 아닌 고의에 가까운 ‘속임수(cheating)’였다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잘못된 볼 플레이는 다음 홀 티샷 전에 바로 잡으면 2벌타, 바로 잡지 못한 채 스코어 카드를 제출하면 실격처리 하면 된다. 그럼에도 KGA와 KLPGA가 3년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은 윤이나의 행동이 치팅이었음을 보여주는 논거가 된다.
잘못된 볼 플레이는 투어에서 종종 목격되는 일반적인 룰 위반이다. 십중팔구 부주의 때문에 빚어진 일이어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치팅은 다르다. 골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여겨 해당 선수는 중하게 처벌되거나 아예 투어에서 퇴출당하기도 한다.
LPGA투어도 예외가 아니다. LPGA투어서 활동하게 될 동료 선수들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당연히 윤이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호의적일 수 없을 것이다. 투어의 주요 구성원인 캐디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현지 언론들마저 윤이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매의 눈으로 살필 개연성이 아주 높다.
제아무리 정상급 실력과 강한 멘탈을 갖춘 윤이나라 할지라도 그런 분위기를 이겨내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실제로 동료들로부터 ‘라이어(liar), 치터(cheater)’로 지목돼 LPGA투어서 적응하지 못하고 국내로 유턴한 선수가 있기도 하다.
물론 성공할 가능성도 크다. 윤이나가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실력과 멘탈로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윤이나는 작년 4월 1년 9개월만의 투어 복귀전과 지난해 말 LPGA투어 진출을 선언한 기자회견에서 “제 잘못으로 상처받으셨을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고 싶다”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더 정직하고 모범적인 선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속죄의 눈물을 흘렸다.
골프 선수로서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자신의 일탈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윤이나는 줄곧 반성과 속죄, 감사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고 있다. 어쩌면 골프를 하는 동안은 쭉 그래야 할지도 모른다.
LPGA투어에서는 지금껏 해왔던 것보다 더 언행에 진심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인내하지 못하고 불미스러운 돌출행동을 한다면 그동안 흘린 속죄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었음을 입증하는 꼴이 된다. 동료 선수들은 마음을 열지 않을 것이고 팬들은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윤이나의 LPGA투어 성공 여부는 오롯이 윤이나 하기 나름이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임은 분명하다. 힘들고 지칠 때면 그동안 자신이 했던 말들을 수없이 되뇌며 스스로를 다잡아야 할 것이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