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재밌게 사역하는 전도사를 만났다. 그는 선교단체에서 간사로 일하다 내려놓고 강원도 횡성에 살고 있다. 하는 일은 문화사업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역이 아니다.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군에서 하는 문화사업을 수행한다. 행사가 있으면 기획하고 진행한다. 어린이합창단과 장년합창단을 만들어 문화행사에 참여한다. 스스로도 성악을 전공했기에 무대에 서기도 한다. 그런데 상당히 잘하고 있다. 아니 아주 넘치게 잘하고 있다.
그는 소위 말하는 귀촌자다. 30대 젊은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횡성에 내려갔다. 어머니가 먼저 내려가 자리잡고 있었기에 좀 수월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그가 젊다는 것 그리고 아이가 있다는 게 큰 역할을 했다. 시골의 모든 사람이 그의 가족을 반겼다. 젊은이가 지역에 참여하니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젊은 사람에게 주는 혜택이 많았다. 농촌에서 만나는 새로운 삶이 너무 재밌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그는 귀촌 전도사가 됐다.
도시에서 자리잡지 못하는 사역자들에게 농촌으로 내려오라고 한다. 할 게 없을 것 같으면 민박집을 하라고 한다. 본인의 어머니가 외국인을 상대로 민박집을 하는데 잘된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입주민이 되는데, 한창때는 8개국 사람들이 모였다고 한다. 어머니는 신앙적인 열심으로 그들의 언어로 된 사영리와 신앙서적을 구해 전해줬다. 말이 안 통하니 전도는 어렵고, 책이라도 전해 본 것이다. 그런데 이게 통했다. 딱히 그들의 언어로 된 책자가 없는 이들이 이걸 읽고 교회도 나오게 됐다. 그래서 이 전도사가 하는 말이 외국에 선교사 나가지 말고 농촌에서 민박집을 하라고 한다.
귀농귀촌 인구가 상상외로 많다. 2021년 한 해 동안 51만명이 넘었다. 인구의 1%가 도시를 벗어나 농어촌으로 향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중 40세 미만 청년세대가 45.8%다. 숫자로 하면 23만명이 넘는다. 한 해에 농어촌으로 향하는 2030 청년이 23만명이나 된다는 말이다. 2023년 태어난 신생아가 23만명이니 비슷한 숫자다. 가히 인구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청년들에게 왜 귀촌을 선택했는지 물었더니 직업, 주택, 가족 등 순으로 이유를 댔다. 도시에서 아등바등 살아봤자 이룰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농어촌으로 들어오면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들이다. 이를 위해서는 청년들이 도시의 삶을 내려놓아야 한다. 치열한 경쟁과 효율의 장소인 도시를 내려놓고 평안한 일상이 있는 농어촌으로 가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바로 영성이라고 생각한다. 도시의 가치관을 내려놓고 마을의 가치관을 갖는 것 말이다.
농촌목회라고 하면 다들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직접 해본 조사에 따르면 젊은 목회자들은 다르게 보고 있다.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생각하는 목회를 해볼 수 있다고 한다. 분명 젊은 귀촌자들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농촌교회가 어려운 것은 현실도 어렵지만 미래가 없다는 점이다. 10명, 20명 모여 있는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교회는 유지될 수 없다. 그래서 생계도 어렵고 목회도 어렵다. 그런데 다르게 보면 희망이 있다. 내 생계는 이중직으로 해결하고 목회로 어르신들을 섬기는 것이다. 80년, 90년 한 교회를 섬겼던 어르신들이 교회에서 돌아가시기까지 머물며 예배드릴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것보다 더 귀한 소명이 어디 있겠는가. 도시에서 큰 교회 만들겠다는 목회영성을 내려놓고, 정말 어르신 한 분 천국 가기까지 예배드릴 수 있도록 함께 교회를 지키겠다는 목회영성을 가지면 사역의 새로운 지경이 열릴 것이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목회사회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