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영 한국교통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지난 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통해 “보여주기식 전시행정보다는 안전이라는 기본을 다시 챙겨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참사가 일어난 원인에 대해서는 영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리즌의 ‘스위스 치즈 이론’을 거론했다. 이 교수는 “여러 사건의 연속적인 결과로 여러 단계의 부족한 점이 모여 발생한 일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항공우주 법학 분야를 선도해온 한국항공우주정책법학회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모든 행정, 관제, 공항 설계 제작 등이 공항을 이용하는 이들이 불편하지 않게 위험하지 않게 일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졌다.
“평생 항공업계에 몸담은 이로 참담하고 애석하다. 한국은 항공운송업 세계 6위권의 대국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전 세계를 선도하는 공항으로 올라섰다. 그런데 이러한 참사가 터졌다.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가족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참사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항공기 사고는 영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리즌의 ‘스위스 치즈 이론’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고가 어느 한 단계만의 실수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건의 연속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이번 참사도 여러 단계의 부족한 점이 모여 발생한 일이라고 본다.”
-사고 원인 중 조류 충돌이 언급되며 무안공항이 철새 도래지인 점이 논란이다.
“공항이 지어지기 위한 입지 조건은 내륙보다는 바닷가가 좋다. 장애물이 없고, 소음피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닷가엔 기본적으로 조류가 많이 서식한다. 철새 도래지와 부지 적합성을 지나치게 연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조류 충돌 안전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류의 활동이 항공기 운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항은 조류 퇴치 활동도 하고, 탐지 레이더도 설치한다. 하지만 이를 통해 충돌 비율이 감소할 수 있어도 조류가 갑작스럽게 방향을 바꿀 수 있기에 위험을 100% 막을 수는 없다.”
-공항시설 건설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달라져야 할 점이 있다면.
“공항시설 건설과 관련해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규정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존재한다. 그러나 국제 기준은 적용할 때 탄력성이 존재한다. 표준과 권고 사항이어서 각국에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정부가 안전 확보를 위해 관련 제도와 규정을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개선했으면 한다.”
-공항 시설 운영과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도 있다.
“전국에서 운영되는 공항은 15곳이다. 이중 인천, 김포 등 일부 공항은 흑자지만, 적자가 더 많다. 지방공항에 대한 안전 투자를 하려면 공항이 흑자를 내야 투자가 더 원활하게 이뤄진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확한 환경분석이나 수요조사 없이 정치 논리에 의해 공항이 추진된 경우가 많다. 앞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공항 건설 비용을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 분담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면 마구잡이식 추진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가덕도 등 신공항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일부는 필요하고, 일부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가덕도 공항은 잘된 결정이라고 본다. 김해공항은 기본적으로 군 공항이라 예산을 투입해도 민간 공항으로 활성화되기 어렵다. 또 우리나라는 관문 공항은 인천공항 다음이 김포공항인데, 서로 인접해 있기에 다른 지역에도 안전하고 쓸만한 공항이 필요하다. 다만 수요가 없는 지역에 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항공사 정비문제 등도 거론된다.
“저비용항공사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 항공사 입장에선 일정 규모 이상이 돼야 수익도 나고 수익을 바탕으로 안전에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저비용항공사는 9개나 되는데,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않다. 격납고 등 정비시설을 갖추고 자체정비를 하는 능력을 갖추기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실제 항공기 중정비는 대부분 해외에 의존 중이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사라고 해도 안전이나 정비 투자가 저비용이 되어선 안 된다.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는 인수합병을 통해 4개 이내로 줄일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정부에서 강력한 저비용항공사가 탄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항공사나 공항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이번 사고를 계기로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보여주기식 전시행정보다는 안전이라는 기본을 다시 챙겨야 할 시기다. 예를 들어 해외에는 이마스(EMAS)라는 항공기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 6위 항공대국인데도, 설치된 공항이 없다. 공항을 늘리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 공항시설 등에 대한 투자는 적었다는 의미다. 공항은 승객, 조종사 등 이용객을 위해 만들어진다. 모든 행정, 관제, 공항 설계 제작 등이 공항을 이용하는 이들이 불편하지 않게 위험하지 않게 일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충주=허경구 기자 nine@kmib.co.kr